살아가는 이야기
화롯불 위의 추억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5. 11. 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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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외가댁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쯤, 하굣길에 가끔 외가에 들르면 외할머니께서 “밥 먹어라” 하시며 아랫목 솜이불속에 덮어 두셨던 따뜻한 사발밥을 내 앞에 내놓으시곤 했다.
방 한편에는 참나무 숯불이 슬금슬금 생명을 다해가는 화롯불이 있었고, 그 위에는 금이 간 뚝배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외할머니는 부지깽이로 숯을 모아 뚝배기 아래에 두시며 열기를 살려 주셨다. 그러면 뚝배기 안은 이내 바글바글 끓기 시작했다.
안에 든 것은 간장 짜고 남은 메주를 대충 으깨 끓인 국이었는데, 그 구수한 냄새와 소박한 맛이 참으로 맛있어 보였다.

외할머니는 “어서 먹어라” 하시며 수저를 내밀어 주셨다.
세월이 흘러 내가 아들을 낳고, 아이가 기어 다닐 무렵 친정집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그때 외할머니는 천국으로 가시기 몇 달 전이었다. 혼자 계시던 할머니는 우리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이사 오셨는데, 다리를 쓰지 못하셔서 기어서 다니셨다.
하얗게 센 머리를 하신 외할머니가 기어 다니시면, 내 아들은 그 다리 사이로 장난스럽게 기어가곤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온 가족이 박장대소하며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할머니가 천국으로 떠나 계시지만, 흰머리에 쪽 지르셨던 모습은 내 마음속에 남은 외할머니의 따뜻한 모습과 추억은 언제나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