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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잡는 이상순
[치매]이동하는 껌 딱지와 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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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가 아주 조금씩 돌아오는 어르신께
혼자 지내실 수 있게
실행에 옮겨보시게
밥을 퍼 보시게 했는데
밥을 고봉(=수북, 평창 사투리)으로 푸시길래
"어우 밥이 너무 많아요"
어르신 말씀인즉
"밥을 적게 먹음 허전해
하루 종일 배고파,
있을 때 먹어둬야지"
옛날 없던 시절
배곯으셨던 기억에 치매가 있으셔도
밥을 고봉으로 푸시고
밥상 앞에서는 늘
"언니 한 숟갈만 더 먹어" 하며 숟갈 수북하게(수저 꼭대기 높이 쌓인 ) 밥을 퍼서
나를 주신다
내가 체면 차리고 적게 먹을까 봐?
아님 내가 예뻐서 더 먹으라고?
그러니 내 뱃살이 계속 상한가를 쳐 대지
어르신은
밥솥에 밥이 있어도
밥을 또 하신다
어떤 때는
전기밥솥
압력밥솥
보온밥솥
세 군데 밥이 가득할 때도 있다
이렇게 있다고 보여드림
그래도 "언니 식구들 먹을 밥이 있어?"라고
가족들 밥 걱정을 하시며
쌀을 또 푸신다
"밥 일주일은 안 해도 돼요 엄청 많아요"
5분 후면 다시 쌀 푸시려고 쌀 독 앞에서 서성대시고
나는 밥 가득한 솥들을 열어젖히며 같은 말을 처음 하는 말씀처럼 드려본다
지난여름에는 밥을 금방 했는데
쌀을 씻어 두셨길래 헉~~~
상할까 봐 냉장고 넣었는데
잠시 후
또 다른 그릇에 씻으셨기에
보관 차원
냉장고에 초대 받지 못한
씻은 쌀
두 그릇이 뻘쭘히 자리 차지한 적도 있다
얼마 전에는 압력밥솥에 뜸까지 들인 밥을
내가 씻으러 간 사이
가스 센 불을 켜 두셔서
밥을 태우기도 ㆍㆍ
아장아장 걸음마 하는 아기 따라다니듯
나는 치매어르신 옆 자리 고수하는 이동하는 껌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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