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에서 추석을 보냈습니다.
산소가 영월에 있어서
추석은 영월로갑니다.
동서랑 튀김도하고
송편도 빚고
반찬도 만들고
이래 저래 하루 온 종일 부엌에서 살게 되더군요.
저녁상을 물리면서
밥상에서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저 모든분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명절에 아낙들만 부엌에서 일이 너무 많아서 허리고 아프고,몸도 피곤하고,...
자칫하면 명절 기피증과 후유증이 생길것 같으니
음식 만드는것은 아낙들이 하고
뒷정리는 남정네들이 하면 어떻겠습니까?"
저희 시 작은 아버님 말씀은
"그래 그렇게 하자. 며느리들이 고생이 너무 많다"
시 작은 어머님은 " 씨익 웃으시고..."
저희 남편(종가집 장손) " 눈만 멀뚱 멀뚱 띠리리~~~~~!!!!"
저희 시 동생 " 설겆이하기 싫으니 밥 사 먹읍시다(웃으며..)"
작은 집 시 동생 " 교회가면 점심 주던데 교회가서 밥 먹고 옵시다(멋적은 얼굴로...)
저희 동서 " 형님 좋은 생각입니다 (입이 귀에 걸치고)"
작은 집 동서 " 그렇게 된다면 너무 좋지요 형님!!!(까르륵 깔깔 ^*^ 까르륵 깔깔^*^)"
작은 아버님은 육군 중령출신이신데 ...엄하신 형 ㅠ.ㅠ
먼저 빈 그릇을 부엌으로 나르셨습니다. ^&^;;
곧 이어 저희남편과 시동생들이
빈그릇과
반찬을 모으며 시끌 벅적 해 졌습니다.
갑자기 벼룩시장이 되어 버렸죠.
저는
아하!!!
드디어 박씨 가문에 고정틀이 깨어지는구나 싶더군요^&^
그런데 잠시후
그릇을 들고 오가던 세 남정네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ㅠ.ㅠ
차마 설겆이는 어려웠나봅니다 ㅋㅋ....
그 다음 날~~~
추석 날 아침 밥상 앞에서 다시 외쳤습니다.
"오늘은 주일 (교회가는 날)이라 설겆이하고 화장하고 교회 갈라면 아낙네들은 너무 바쁘니 설겆이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남편이 씨익!!! 웃으며
수도꼭지를 돌리더니
그릇을 씻기 시작했습니다.
설겆이를 다 하고 남편 왈
" 우와!!!!... 설겆이 그릇이 장난 아니게 많네 어휴!!! 허리도 아프고 힘드네"
저희 아낙들은 덕분에 화장을 곱게 하고 교회를 갈 수 있었습니다.
강릉으로 오는길에 친정집에 들렸습니다.
친정 어머님이 감자를 주시기에
껍질 버리는것도 돈 든다고 다 깍아서 챙기어...
강릉 도착하니 4일간 집 비웠다고 청소할게 많더군요.
제가 청소하는 중에 남편이 "감자 갈까?"
" 그럼 마이 고맙지 뭐 ^^ "
청소가 끝날즈음 남편은 감자를 다 갈았더군요.
"감자 가는거 팔 무지 아프네"
감자부침(강원도 말로 "감자적")도 해 먹고
감자 옹심이 (감자수제비)는 엄청 많이 만들어 앞에 사는
지적장애 소녀가장 가정에 한냄비씩 보내고도 실컫 먹었습니다.
공짜로 저녁 해 먹은 기분..그거 아주 좋더라구요^^
지적장애 아주머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새알인데 너무 맛있어요" - 감자옹심이가 새알처럼 조그맣고 동글 동글합니다
사는게 뭐 별거 있겠습니까?
행복 뭐 별 다른게 있겠습니까?
행복은 바로 주변에 있답니다^&^
저 이상순은 이번 추석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