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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자원봉사코너

강릉 보광리 암환자분 가정을 다녀와서...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12. 8. 1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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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분과 따로 사신지 20년 되셨단다.

이 가정을 알게 된것은 2011년...

간암 진단을 받으시고 휴양차 강릉을 내려오셨는데

그때부터 술을 밥보다 더 즐기고 사시고 계셨다.

몸도 안 좋으신데

술은 안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면

"좋지도 않은 술 내가 다 마시고  가야지"...ㅠ.ㅠ

 

 

신기한것은 그 아프신 몸으로 큰개가 새끼를 낳았다고  개죽을 들통에 들고 휘청거리며 벽에 기대며 나오시고 계셨다.

당신 몸 챙기기도 버거우시면서, 새끼 난 큰개 굶을까봐 큰개 산바라지 중이셨다.

 

마당가에 심어둔 방울토마토가 새빨갛게 익어있었고

집 뒤안에는 탐스렇게 익은 복숭아가 주렁 주렁 무슨 꽃이 피어있는듯 

밭가에는 배가 주렁 주렁 배를 솎아내야 하는데 몸이 편찮으시니 자잘한 채 자라고 있었고

옥수수밭에는 옥수수가 추수시기를 놓쳐서 누렇게 되어있었다.

오골계와 토종닭은 사료 주러 가기 어려우시니 사료를 한꺼번에 넣어두고 지들이 알아서 먹게 해 두었다고 하셨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서 거실에 쌓여있는 빨래감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방과 거실에 널려져있는 약봉지 및 여러가지 버릴것을 봉지에 담아내고

창틀에 쌓인 먼지를 긁어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를 빨아다가 쪼그리고 앉아 구석 구석 닦아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가슴이 싸해져왔다 

반찬은 묵은김치 한통이 전부....요즘같이 먹을거리 흔한 세상에 홀로 병마와 싸우며

드실것도 못 드시고, 술만 줄창 드시고 살아오신셈이다.

그 가정사야 난 모르지만, 안타까운 마음만이  휴....

 

텃밭에 커다란 바가지를 들고 나가  고추,가지, 호박, 오이를 따고, 대파를 뽑아 다듬어서

오이무침, 가지볶음, 호박볶음을 만들어 식탁에 올려드렸다.

 

며칠후에 다시 오겠노라 인사를 드리고.....

어르신이 사시는날까지 즐겁게 사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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