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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잡는 이상순
안개낀 대관령과 고들빼기 본문
수업하러 가다가
나의 애마에게 식사 제공 위해
주유소를 들렀다가 출발과 동시
핸드폰이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기에
받았더니
수업이 말일로 연기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곧장 고들빼기 캐러 운전대를 돌렸다
강릉은 날씨가 좋은 것을 보고 출발했건만
대관령 중턱에 도착하니
안개가 자욱하니
"안개 낀 고속도로?"
아니다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노래가 딱 떠 올랐다
앞 차 비상등을 따라가야 하는데
침침해 보이지도 않는데
앞차는 시속 100Km로
슝슝 잘도 달리네
손오공 마법을 쓰남?
난 평상시 화창한 날도 90Km로 운전하는데
우중에 100Km라니
난 곡예하는 느낌이 왔다
앞 차를 놓치면 나 혼자 대관령에 남겨질 것만 같은 두려운 마음으로 가슴이 쫄깃쫄깃함을 느끼는 동시에
눈에다 쌍심지를 켜고
깜박이는 비상등만 응시하며 달리다 보니
횡계가 나오고 진부, 대화,
방림 삼거리, 평창, 문곡 삼거리, 주천을 지나
영월 입구까지도 흐리기만ㆍㆍ
아싸~~
산에 가는 것은 괜찮겠다 싶었는데
웬걸 강릉서 내가 비를 몰고 갔는지 도착하자마자
하늘이 열렸는지
막 짜드러 대네(쏟아 들이붓다-평창 사투리, 강릉사투리)
우트 하나? (어찌하나, 어떡하나-평창 사투리)
옆지기는 비 올 때 진흙이 있는 산에 가면 미끄러지고 넘어지면 대형사고로 위험하다고
그냥 쉬라면서
괜히 119 고생시키지 말라고
말뚝도 콱 박아버리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책을 펼쳐놓고
보는데
글씨는 안 보이고
고들빼기만 왔다 갔다
천정을 바라보니
고들빼기가 공연을 하네
(기회는 오늘뿐인데 ㆍㆍ흠)
이때, 옆지기가 코 골며 자길래
깰까 봐
발 뒤꿈치 들고
문 살짝 여닫고
후다닥 밖으로 탈출 성공 오예!!!!
비료포대와 호미
우산
1회용 비닐에 핸드폰 넣고
장화 신고
길이 완만한 쪽으로 고들빼기를 찾아 나섰다
산 입구부터 고들빼기가 밭을 이루고 있어서
내 기분은 완전 상한선
사진상으로는 평지 밭?
사진은 벌떡 일어나 앉은 산으로 가파른 산
진흙을 털어내느라 장갑도 지쳤다
문제는 비
어찌나 짓 짜들어 대는지
우산을 써도 비가 막 들이치고
입을 벌리고 있는 비료포대에 빗물이 들어가니
고들빼기와 진흙이 한집 살림을 이루고 무게는 더해지고
빗물을 쏟아내며 캐고 있는데
핸드폰이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이 상황에 폰 받아? 말아?
망설이는 중
폰이 주인의 상황을 알았는지 포기를 했는지 조용
비료포대를 반은 질질 끌고 반은 들어가며 이동 중에
무릎이 낭구
(나무-강릉사투리 평창 사투리)
글거리
(나무 잘라진 것-평창 사투리)에 걸리며 난 쭐떡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기 직전
크게 다칠까 봐
예전 씨름 연습 때
코치가 중심 잡는 걸 가르쳐 주던 게 생각나
양팔을 벌리며 하체를 낮추며 엉덩이에 힘을 파악~~
다행히 엉덩이가 땅에 스치기만 했다
음하하하 ㆍㆍ
왕년에 운동 좀 했다고
덕 봤네
산 아래 내려오니
평상시는 땅이 딱딱해서 캘 수 없는 곳인데
비가 내린 덕분으로 호미질 두어 번에 나는 득템을 했다
함께 동행한 장갑이 비 맞으며 진흙을 털어내느라
완전히 지쳐 헬레레
호미도 장마철 흙물에 떠내려 온 모양새로 진흙범벅
비료포대는
진흙 마사지로 설 잡으면 내 손을 거부하려는 몸부림으로 미끄덩미끄덩(미끄럽다 -평창. 강릉사투리)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옷들은 비 무게에 척척 갱기고 (감기고-강릉사투리, 평창 사투리)
특히 깝데기(아랫도리 옷?)가 흘러내리기 직전
흙이 털썩 묻어있는 장갑으로 허리춤을 끌어올리니
머드축제 참여한 여인 저리가라네
서 있는 산을 밭 매듯 돌아뎅긴 내 다리는 천근만근
날이 곧 어두워질 것 같아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호스로 연결해 고들빼기를 씻는데
쩨쩨한(아주 작은- 강릉,평창사투리) 돌과 진흙과
고들빼기가 한 몸 된 것을
분리하는데
티겁지(잡티? -평창 사투리)가 많아
캐는 시간보다
씻는 시간이 더 걸렸다
김치를 담그려고
쪽파 사러 마트에 갔더니 고들빼기 한 움큼에
꽤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옆지기가 주말농사로 키운 태양초 고춧가루와 갓이랑 쪽파 마늘 멸치젓 매실액 소금 외간장
등등 넣고 조물조물
맛있어라 얍 얍 얍!!!!~~~
오늘은 추억이 듬뿍 담긴 고들빼기김치를 만들었으니
더욱 맛있으리라는 예감 적중
홀몸어르신께도 나눔 해 드리고, 우리 가족도 맛있게 먹고 건강한 겨울나기를
희망한다
오늘 하루 참 멋들어진 추억을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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