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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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나의 이야기

다래끼와 뱀 눈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2. 10. 8.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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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눈? 뱀 눈?

3일 전 좌측
눈동자에 티겁지가 들어간 것처럼 불편하니
전자동으로 손이 자주 가게 되고
슬슬 시작되는 껄끄러움에 거울을 보니
앗!!! 이런 다래끼가 "내 왔장가" 한다

다래끼를 보는 순간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생각났다

내 딸아이 여섯 살 때
아들이 태어났고
우리는 그 당시 안양 관양동에서 연탄 배달과 슈퍼를 할 때라 갓난아이에 딸아이까지 캐어 할 상황이 안되니
시어머님께서 딸아이를 데리고 부산 큰 형님 집에 방문을 하시게 되었는데
어느 날
슈퍼로 전화가 왔다
"야야 먼 아 눈에 다래끼가 자꾸만 나서 어트하믄 존나? 병원에 가서 한개 치료받고 나면
또 옆에 나고 다래끼가
상구(아직-강원도 사투리)도 있다니 "

어머님은 손녀가 아파 우는 것을 보시며 당신이 아프신 것보다 더
아파하셨었다

아마 어머님은
당신이 백일전에 엄마를 잃으셨기에
그 슬픔이 더 북 받치셨으리라

우리 어머님은 엄마를 일찍 여의시고
언니 등에서 자라셨다고 ㆍㆍ
옛날 기저귀도 없던 시절
옷도 귀한 시절
언니 등에서 아랫도리를 천 하나 감싸지 못한 채
업혀 오줌 똥을 해결하셨고
그 악취로 언니는 친구들에게 냄새나는 친구로
어울리고 싶었어도 못 어울리고, 어머님은 언니 등에서 자랐다 하시며 언니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온다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
백일 전 엄마를 잃었으니 항상 배가 고프셔서 우셨단다
어쩌다 암죽을 드시고 사셨다고......
그렇게 사시노라니
엄마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우셨을까?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을 끔찍이도 예뻐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엄마 사랑도 못받고 사신 어머님이 오래 사셨음 좀 좋았을까?
66세에
어머님은 난소암으로 고생하시다 하나님 곁으로 떠나시고

남겨진 우리는 어머님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딸아이가 30세즈음 어느 날
"할머니랑 부산 갔다가 눈이 아파 병원 가서 치료를 받는데 내가 아파 막 우니까
할머니도 나 끌어안고 울었어 나는 우리 고 김동교 할머니 보고 싶어 "

"신영아 나도 할머니 뵙고 싶다 진짜로ㆍㆍ"
.
.
.

오늘 아침 눈을 뜨려니 눈곱인지 고름인지 쩍 달라붙어서 눈이 떨어지지 않아
몇 번이고 눈 주변을 잡아
늘궈서 분리하고 보니

"내눈은 뱀 눈"
뱀 눈 된것도 기가 막히나
좌측 뺨과
귀 뒤쪽까지 통증이 있다

눈이 붙은걸 떼고 보니 친정아버지도 생각난다
평창에서 옥수수 농사를 참 많이도 하던 어린 시절
아버지는 기술도 좋으시지 그 많은 옥수수를 빠쉴거라고 방에다 차곡차곡
천정까지 꽉 채워서는 사람이 옥수수 위에 앉으면 고개를 들지 못하고 비스듬한 자세로 옥수수를 빠쉬다 보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그 당시 국민학교 다닐 때 옥수수 왜 그리 빠쉬기 싫던지.....
며칠을 빠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지겹게 옥수수랑 씨름 한 기억은 난다
옥수수 빠수다가 그 위에서 잠자고 일어나 학교를 가야 하는데 눈은 꼭 붙어있었다
(옥수수 속대에서 붙은 허옇게 날리는 게 눈에 들어가면 가려워 비비며 눈이 충혈되어 붙은 듯)
눈이 안 떨어져 아침마다 침 발라 떼기를 매일ㆍㆍ
난 유독 어려서부터 눈이 예민했었는 듯
지금은 물이 흔해 씻다 보면 떨어지겠지만 그 당시 겨울에 펌프 물이 얼어서 강물을 퍼다 씻었으니....
제일 먼저 침부터 발랐다는 ㅋㅋㆍㆍ
물도 참 아꼈다는 ㅋㅋㅋㅋ...
세수한 물로 다시 발 씻고 우리 집 소가 먹었으니............

다래끼 글을 나중에 쓰려니 잊어버릴까 봐
생각났을 때 써 볼 거라고 한쪽 눈에 의지해 남겨본다
외꾸눈으로 글 쓰려니
잘 안보여
감으로 쓰면서
시각장애인 분들이 어떻게 사시나? 고충을 느껴보는 순간이 되었고

글을 쓰는 중에 직접 만든 아들의
도시락 배달을 받음
삼겹살에 밥 조금
대파김치
그리고 가는소금이 왔는데
와사비 맛?
암튼 색다르고
입에 착착 붙는 맛으로
내 입이 즐거웠다

옛날 어르신들이 다래끼나면 고기를 못 먹게 했는데
아들이 그걸 알리만무 ㅎ
우야둔둥
난 맛있게 냠냠

아들이 만들어 온 도시락


눈 다래끼로 오늘 호강하는군.

어제 치매 어르신의 일침이 생각난다
"담을 것도 없는데 웬 다래끼를 절어?"


"어르신 담으려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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