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감자와의 전쟁, 감자녹말 만들기, 사라져가는 우리에 떡, 썩은 감자의 변신, 감자 팥 떡, 감자 송편, 감자 녹말 옹심이 강릉시 씨름협회 본문

살아가는 이야기

감자와의 전쟁, 감자녹말 만들기, 사라져가는 우리에 떡, 썩은 감자의 변신, 감자 팥 떡, 감자 송편, 감자 녹말 옹심이 강릉시 씨름협회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4. 10. 2. 07:48
300x250


태양이 용광로처럼 뜨겁던 8월 중순
늦은 저녁시간, 친정엄마는
차분한 어투로
"누가 천지당에 멀쩡한 감자를 한 차 버렸던데, 안  바쁘면 감자  좀 주워서 집에 갖다 주면,  썩혀서 녹말을 만들면 좋겠어"



"엄마!, 엄마는 몸도 겨우 다니면서 감자를 썩히고, 걸러서,  우려내고(물을 하루에도 서너 번 바꿔주는 것) 녹말가루 내기까지 그 일을 어찌하려고? "

"내가 살아서 감자를 또  썩히겠나? 이게 마지막이지.
낮에 해 뜨면 더 뜨거우니,
내일  새벽에 일찍  넘어와서 실어다와.
내가 먼저 가서 비료포대에  담고 있으마"


"엄마 알았어
새벽에  눈 뜨면
바로 넘어갈게"

사실  그 당시,
밤 낮으로 너무 뜨겁고,
잠도 못자고 피곤해
가기 싫었지만,
엄마가  어느 날인가
기약없이 긴여행 떠나시면,

후회하는 일이 적으려고,
최대한 엄마한태
일정을 맞추려한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모녀의
감자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강릉에서
대관령을 오르는데,
안개가  자욱했고,
지나가는 차도 없고,
나의  전용도로가 된  대관령 고속도로의
안개와 새벽을 동시에 헤치며
나의 귀여운 애마
레이는 작은 바퀴를 빠르게  굴리며 붕붕붕~~~


평창  방림 천지당에 도착하니
친정엄마는  어두컴컴한
강둑에서
감자를 주워
비료포대로 세 개를 담아놓으시고,
네 개째 절반을 채우고 계셨다.
아직 어둠이 덜 걷혔는데
ㆍㆍ


더 뜨겁기 전에
나도  손놀림 최대한 빠르게 감자를  주웠다.

어두컴컴해서 잘 안 보이니  우리  모녀는
"감자가  멀쩡한데,
왜  버렸지"
하며 부지런히  줍는 중에
손가락이 감자 속으로 쑤욱쑤욱 방문하는 느낌과
인분냄새보다 더  고약한
썩은 감자냄새가 나서
그제야 알게 되었다
(감자가 썩으니  그대로 버렸구나)
감자를 주울 때마다
기분은  찜찜 ㅠ ㅠ
똥파리까지  내  얼굴을
마사지 해 주는데,
썩은  감자 만진 손이라
얼굴을 부비지도 못하고 ㅠ
팔뚝으로 대충 부비적 ㅠ


"이 노무 똥파리 쉐이  죽을래"

울 친정엄마 왈,
"예전 먹고살기 힘들 때  니(너) 할머니는 밭주인이 모두 주운 동네 감자밭을  다니시며,  한 밭에서  서너 개씩 주워 모아다 썩혀서  녹말 만들어 식구들 먹이셨어.
날이  뜨겁긴 해도  제 자리에서 거저 줍는 거니 공짜로 날로 먹는 거지
그런데, 감자주인은 버리지 말고 썩혀 녹말을 만들지  이 아까운 걸 버렸네  "

우리 모녀는 썩은 감자를  주우며,
천국 가신 고 김중녀 할머니 이야기도 나누며
새벽시간을 달달하게 보냈다.

나랑 두상(머리모양)이 똑 같은 김중녀 할머니
천국에서 감자 줍는
며느리와 손녀 보고 계셨죠?


주운 감자를 잊고 살다가




지난주
친정집에 갔더니
엄마가 마당에서
녹말에서 물을 빼고계셨다.

"엄마  영월가자"



"감자  녹말 말려야지  어딜가나?"

"비도 오락가락 하는데,
기운도 없으면서 이걸  어떻게  끌고 다니면서 말려. 영월가서 사위한태 불 때 달라해서 말리면 금방 말리는데"


"감자녹말이  아직은  썩은 냄새가 나서  어떻게 가져가나? 사위가 냄새난다 하면 어쩌려고"


"사위가  감자떡 좋아하니  그럴리 없고, 본시 시골태생이라 그런것 안 가리니 걱정 던져버리고 갑시다"
이렇게
마당에 있던 감자녹말 보따리를 싣고
영월로 부웅~~~

영월가는 차안에서
엄마가 "썩은 감자 걸러보려고 한 양동이 들고 걷다가  가슴팍에다
그대로 둘러 엎어서  욕이 자동으로 나오더라 ㅠ"

나는 "아이고  화 딱지 엄청 났겠네. 엄마 다시는 감자 썩히지 마"



그래도 힘들긴 했어도 이제 녹말 다 되어간다고 좋아하시며 빙그레 웃으셨다.

말려서 채로 치기만 하면
녹말이  완성되는 거다.
감자녹말은 벌레도 안 생기고
썩지도 않는다고 하셨다.

썩힌 감자녹말로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양손 꼭꼭 맞잡아가며
송편을  빚어 먹으면
그 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아래 사진부터는
우리 모녀가 이틀 동안  해결한 일이다.

젖은 녹말 덩어리

감자 썩힌 것을  걸러  우려낸 녹말덩어리.
이렇게 되기까지  
물 빼는 것도
머리를 써야 했다.
이번에  엄마한태
물 빼는 것을 배웠다는^^

덩어리 자체는 건조가  늦으니
최대한 빨리  건조되라고,
조금씩 떼어 놓는 것.

다시  떼어놓은 녹말 작은 알갱이를 주물러  
으스러 트린다.

수시로  녹말을 손으로  비벼가며 부숴주었다.

울 엄마
감자녹말 만들 때는
몸이 새 털처럼  가벼우신갑다.
아프다  소리를 안 하신다.^^

점점 녹말가루가  고와지고 있다.

채로 치다가

마지막으로 채를 치는데
덜 마른 상태서 치니
잘 안 빠졌다.

녹말이 마른 상태서 채를 치면,
녹말이 온 사방 날려서 문제고,
덜 마른 상태서 채를 치면
덜  빠지는 게 문제지.

채를 쳐서  완성된  감자녹말.


녹말이  많은지 적은 지  실험하느라
감자옹심이처럼
몇 알을 만들어
끓여 먹어보았는데
와아!!!! 얼마나  쫀득쫀득한 지
입안이 환호성을 내  질렀다.

난생 처음 만든 팥 감자옹심이 떡.

남편이 전날부터 감자송편  먹고  싶어 했는데,
울 엄마는 귀한 감자떡이니만큼  파주에서 서울에서  오신 손님과  같이  만들어 먹자고, (사실은 파주, 서울 손님들이  우리엄마 평생 처음 경험 해 보는 좋은 혜택을 주셨기에 엄마도 나도  이 은혜는 못 잊어요^^;; 감사합니다)기다리다가
손님들이  새벽에 떠나시게 되어, 남편은 떡 먹을 기회를 잃고,

"한 달 후에야 떡을 먹을  수 있겠네"


전날 강릉에서는
강릉시 씨름협회(회장: 박용문)에서
강원도지사기 씨름왕 선발전 나갈 여자 선수들에게  씨름을 가르쳐  달라는 전화로
오후 4시까지 단오장 씨름터로 도착되어야 해서
시간은 없고,
남편에게  감자송편  맛을 보여주려고
팥과  감자녹말반죽을 치대어 옹심이처럼 끓여서 물 빼고, 들기름 발라서
"팥 감자 옹심이 떡" 을 주니

남편이 얼굴에 꽃 한송이가 피어난다.
떡을 맛있게 먹으며
"감자 송편 맛있네"
바쁜 와중에 남편이 원하는 떡맛을 보여주어  다행.

이 것은
감자녹말 젖은  상태일 때
감자녹말 옹심이로  아침을 해 먹었다.
생감자를 갈아서 한 옹심이랑  살짝
다른 맛이고  
다른 느낌이지만,
이 또한 엄청 맛있었다.

올리는 중에도
이 맛있던 감자 녹말 옹심이가  먹고 싶다^^

나 이러다
감자떡,
감자옹심이 명인되는 것 아니야 하하하하하~~~




단오장 씨름터에서
강릉시 여자선수들  
사진 한 컷 ㅎ

열심히 열정다해
연습한
우리 강릉시 씨름협회 선수들
강원도 대회에서
1등하시라고
응원합니다
으라차아차~~

강릉시 씨름 선수들 엄청 예쁘쥬?


끝까지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친정엄마와
감자전쟁 치른
강릉 이상순올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