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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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 전문강사

파리채보다 따뜻했던 손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5. 12. 2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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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한 어르신께서 휠체어를 타고 슬금슬금 TV 앞으로 다가가시더니, 그 앞에 놓여 있던 파리채를 집으셨다.

순간 나는 혹시 파리채 손잡이 쪽으로 앞에 계신 다른 어르신께 휘두르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반사적으로 휠체어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런데 어르신의 행동은 전혀 예상과 달랐다.


파리채 반대로 잡으신 모습


어르신은 파리채의
넓은 판 부분을 손으로 잡고, 손잡이를 등 쪽으로 넣어 가려운 등을 긁고 계셨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등 가려워 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답답하고 가려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채가 몸부림을 ㆍㆍ


그래서 “어르신, 제가 등 긁어 드릴까요?” 하고 조심스럽게 여쭤본 뒤,
목 아래로 손을 넣어 등을 긁어드렸다.

어르신은
“더 아래, 더 아래” 하시며 연신 위치를 알려주셨고, 그렇게 한참을 긁다 보니 기저귀 부근에까지 손이 닿게 되었다. 그럼에도 어르신은 아무 말씀 없이 그저 시원함에 집중하고 계셨다.

한참 긁어드린 잠시 후, 어르신은 “이제 시원해, 됐어”라고 말씀하셨고, 그제야 나는 손을 뺐다.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누군가의 손길이 얼마나 절실할 수 있는지를 깊이 느끼게 되었다.
나 역시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 어르신의 입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건강하고 힘이 있을 때, 더 많이 돕고 더 따뜻한 손길을 건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치매 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