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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나의 이야기

남편의 외출에 이어 외박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04. 2. 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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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부터 남편은 안양에 볼일이 있어서 가야 한다고...
오늘이 바로 그날....

아침밥을 먹고는 갈 채비를 하였다.

남편 : "신영엄마, 나 언제 올까?
나 : 자기 볼일 다보고 실컫놀다 와.

남편 : 그럼 한달있다 온다.
나 : 그려 실컫놀다 와.. 일이 있을 때까지 놀지머 해? (남편 하던 일이 끝나 새로운 일이 곧 있음)

남편 : 진짜 한달있다가 와도 괜찮지? 진짜지???
나 : 그렇다니까..살다가 특별 휴가령이 내려진 거야 자긴 좋겠다 이참에 애인도 만나고 히히힛..

남편: 내가 애인이 어딨어?
나 : 그럼 자기 6급장애인이야? 요즘 애인 없으면 6급 장애인이래 ㅎㅎㅎ...

남편: 그럼 신영엄마도 6급 장애인이야???
나 : 그럼 난 어쩌면 특급 장애인 인지도 몰라

남편: 특급장애인??? 그건 머야?
나 : 난 살면서 남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으니 특급 장애인이지 머야?

남편:............
나 : 난 자기도 중매로 만났는데 언제 남자 만날 시간이나 있게 살았나 머... 늘 바쁘게 살았잖아...

남편: 하긴.....
나: 오늘부터 내가 특별휴가를 무기한으로 내려줄테니
다음에 내가 어디 갈일이 있으면 나도 무기한 주는 거다

남편:알았어.... 삼성동에선가 건축박람회가 열린다는데 그것 구경하고 여유 있게 놀다 올게.
나 :그려 무엇을 하던지 자기 하고픈대로 하고 와... 이런 마누라 또 있을까?? 자긴 마누라 잘 만난 줄 알아.

남편 : 이럴줄 알았으면 애인 하나 만들어 두는 건데.. 쩝
나 : 오늘 가다가 만들어..내가 눈 살짝 감아줄게. ㅎㅎㅎ..^^

이렇게 남편은 조금전에 대문을 열고 나갔다.
늘 함께 지내는 부부...
어쩌다 남편이 어디를 가면 어찌나 여유 있고 한가롭던지
그렇다고 평상시 잘해주는것도 없으면서...

지금은 한가롭다고 느끼지만
밤에 바람이 불어대면 놀래서 잠도 못 자고 남편을 기다릴 텐데...ㅎㅎㅎ...

남편이랑 86년도에 만나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해본 우리부부...
이제는 그나마 기반이 잡혀가고 있어서 보람이 있다 ..
.
.

93년도에 1톤 와이드 봉고로 대관령을 넘으면서 남편이 말한 게 생각난다.

"신영 엄마, 난 내차가 있을 거란 상상도 못 해보았는데, 차도 있고, 자식도 있고, 정주영 씨가 부럽지 않아"

얼마나 째지게 못 살았으면...ㅠ.ㅠ 불쌍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한 남편.
대견한 남편이 돌아오면 맛있는 것 많이 해서 대령해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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