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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외박, 그러나 뿌듯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08. 2. 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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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오후에 독거 어르신께 전화를 드렸더니
목소리가 착 가라 앉으셨드라구요.

"감기 걸리셨어요?"
아니요
"할머니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러셔요?"
그럴일이 있어요.

궁금해서 할머니 집에 달려갔더니
3년전에 51살된 아드님이
일하시다가 장애인이 되셨는데
아드님이 매일 " 사는게 싫어요, 이래 살아 뭐하겠어요?"

날마다 한숨이셨다네요.
그 아드님이 새벽 3시에 운명하셨답니다.
심장마비로......
할머니께서는 "이건 분명 다른 사고일게유" 라고 하시네요.

저녁시간이 되어 밥을 지어서 상 차려 드렸더니
밥이 안 넘어가신다고
누워만 계셨어요.
할머님께서는
아들을 앞세운 죄인이
내가 살아서 밥을 삼킨다는게 말이 되냐며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이러시면 할머니 큰 일 나신다고 한술 드시고 누우시라고"
강제로 식사를 드시게 하였습니다.

저희 아이들과 남편에게 허락을 받고 할머니 셋방에서 특별한 외박을 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밤새 뒤척이시고, 한숨을 몰아 쉬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눈를 떳다 감았다 ... 말똥 말똥 지새웠습니다.

아침에 밥을 짓는데 인기척이 나서보니

옆집에 독거할머니께서 찾아오셨드라구요.
얼굴과 손이 사과보다 더 빨갰습니다.
그 흔한 장갑, 목도리도 없으시니 ㅠ.ㅠ

김할머니 말씀이 어제밤에 집에오니 기름이 없어서
이불만 깔고 주무셨다네요.
돈이 없어서 한말씩 사서  손수 들어다 넣고 사셨는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그냥 주무시고 ㅠ.ㅠ
오늘 아침 8시에 기름을 사 가지고 끌고 오셨는데
기름통에 붓지를 못하신다고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한 힘하는 제가 기름통을 들고 부으려니
기름통은 들만한데
기름 주입구가 저보다 한참 위에 있는겁니다.
발꿈치를 아무리 들어도 주입구와는 거리가 멀었지요.

의자에 올라가서 붓는데 한참 걸렸어요.

김할머니께서는 너무나 고맙다고  연신 굽신 굽신 인사를 하셨습니다.
남을 도우면 자기만족이라는 말 딱 정답입니다.
제가 더 행복했었으니까요.

저 어제 외박은 제대로 한거죠? ㅎㅎ... 

친구 여러분!!!
짧은 세상살이 사시는 날까지 힘겨운 이웃 만나시면
서로 베풀고 배려하는 예쁜 삶을 사시는 천사님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친구여러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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