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야야라 머이리존나? 본문

살아가는 이야기/세상사는 이야기

야야라 머이리존나?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2. 10. 6. 19:56
300x250

지난 이통장 체육대회 때
잠시 본 것이 아쉬워
오늘 다시 뭉치기로 한 점심 약속,
네비 찍고 처음 가는 길을 운전해 가는데
이 눈치 대가리 없는 비는
그치기를 거부하고
애매한 와이퍼는 두 팔 번쩍 들고 죽을힘을 다해 차유리에 내리는 빗방울을 두들겨 패댕게 쳤지만
앞은 빗 줄기로 뿌연 하니 먼 거리 확인은 안 되지
혹시 세차게 내리는 비로 인해 산사태라도 났다면
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별에 별 생각이 다 났다

큰 도로로 찾아가는 것은 알겠는데
네비 아가씨가 시골길을 추천해 주네
그래, "낯선 도로 운전하는 것이 뇌 활성화에 좋대니 치매예방 차원이래도 한번 가보자"
이 동네 길은 운전 훈련시키나?
S자로 우측으로 좌측으로를
반복, 내가 곡예사로 보이나?
은근히 불만족스러운 길,
완전 깡촌인 차 한 대 겨우 가는 도로를 지날 때는
상대 쪽에서 차가 올까 봐
솔직히 가슴이 쫀득해졌지만

나를 언니로 좋아해 주고
한 미모 하는 두 동생들과의 식사 약속이라
불안한 기분, 상큼하게 환기시키며 잘 가는 중인
나 자신이 용감무쌍한 사나이 같았다.

네비 아가씨 지시를 받으면서 혹시
다른 길로 들어설까 봐
내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뱅글뱅글 들리는 듯ㆍㆍ

대낮인데도 주먹 등이 쫄로리 달려 있는 카페 분위기의 건물이 보이는 순간
네비 아가씨의 상냥한
"목적지 근처입니다" 오예~~
드디어 도착

푸근한 식당 전경

어제 담근 고들빼기김치를 한 주먹 씩 담은 두 봉지를 들고 들어서니
어여쁜 두 동생들이 반겨주었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나의 입은 히죽거리며
"야야라 머이리존나?"가
자동으로 읊어졌다.

식당 안에서 밖을 보며 꾸욱 찍어보았다.


수저와 포크를 냅킨에 곱게 포장되어 나에게 다가옴 와우!!!

일단 산삼 효능과 맞먹는다는 고들빼기김치
적은 양이지만 내 마음이니 기쁘게 전달ㆍㆍ
냄새도 산삼 냄새가 났다 ㅋ

강릉 이상순,강릉 오정숙
강릉 신경희


음식을 각각 다르게 주문,
셋이 세 가지 음식을 맛보자는 차원으로 ㆍㆍ
우리는 유리창 바깥에 내리는 비를 공짜로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가 한 목소리를 냈다
"이야 오랜만에 점심 한가하게 먹을 수 있으니 좋다"


비 내리는 창 밖의 전경


우리가 강릉사투리로 말하면
"사능기 달부 어엽나?
밥 세끼 먹는데
뭐 이리 빡세게 살아야 하나"

하하호호 깔깔ㆍㆍ
대화가 무르익는 중
요리가 쨔쨘하며 나타났다

새우요리? 이름도 모르고 먹었다 둘 다 맛있었음

치즈돈가스

우리 3인방의 포크는 이 접시 저 접시
마실(놀러-평창사투리) 뎅기며 음식의 맛을 느끼고
냉중에는
(나중에는 -평창사투리)
서로 양보까지 하는
예쁜 마음씨의 두 아우님들
그 덕분에
이 내몸의 배만 만삭

유리창 밖의 비님과 꽃님

선글라스 삼총사

애들 다 키워
이제 좀 여유도 있을법한데
열심히 살아온 우리 3인방은
일을 하던, 봉사를 하던,
그저 숨차게 빡씨게 해야 속이 시원한 타입ㆍㆍ
그러나 가족을 위해
주부로서 사회인으로서
앞만 보고 빡세게 살아 낸
세월에 대한 보상을
더 나이 들기 전에 조금이라도 받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지나간 청춘이 너무 서럽고 가여워서 나도 내가 감당이 안될 것 같다

보상이라야 특별나게 있을까마는
가끔 마음이 가는 지인들과
오늘처럼 아름다운 풍경 보며
식사자리
대화 자리면 충분할 듯
아마 보통의 가정주부들의 바람 아닐까 싶다
나는 오늘도
예쁜 추억의 한페이지 남기고
행복한 저녁시간을 맞이했다
나에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나를 들뜨도록 기쁘게 할까?
이왕 시작된 인생의 기차에 탑승했으니 하차하는 그 날까지 건강하게
재미지게 살아보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