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집 떠난 기억 데려오세요

치매어르신과
닭죽 만드는 수업을 해 봤다
닭 목욕시키기,
솥에 물 맞추기,
가스 불 켜서 조절하기,
삶기는 동안
어르신과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노래하며 손뼉 치다 율동까지 곁들여 신나게 흥에 겨워 놀다니 닭이 삶겼다고
압력밥솥도 합창을 해댔다

닭다리를 쫙 찢어 어르신 드시라고 접새기에 담아 드리니
"언니도 같이 먹어"

"어르신 많이 드시고 아프지 말고 오래 사세요"

"말이라도 고맙네"

나머지는 잘게 찢어서 닭죽 끓이며
"어르신 대파 한뿌리 가져다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지 뭐"

조금 후 어르신 출연
손에 들고 오신 것은
"깻잎"
그래도 어디인가?
일단 무엇인가 가지고 와야 하심을 기억하시고
가지고 오셨다는 것에
좋아지시고 있음에 한가닥 희망의 끈이 보였다

"어르신 깻잎 어떻게 찾아오셨어요 대단하세요
어떻게 찾아오셨어요?
우와 최고세요
이번에는 포도나무 옆에 있는 대파 한뿌리 뽑아다 주실 수 있으세요?"

"알았어"

칭찬을 해 드리니
어르신도 싱글벙글 몸짓이 가벼우시다.

조금 후
이번에는 과연 대파를 가져오실까? 창문을 빼꼼 열고 내다보며 두리번두리번~~~
궁금증 폭발 직전

오늘의 과제 대파

우와!!!
이번에는 진짜 대파를 모시고
당당하게 들어오시는 모습보며 감동에 손뼉을 치며
어르신 기억 잘하셨다고
엄지 척에 온갖 재롱질 다 떨었더니
"파 한뿌리 뽑아온 것이 뭐 그리 대단한기라고"

예정에 없던 깻잎도 쫑쫑
대파도 쫑쫑 썰어 넣고
개나리 처녀 노래를 틀어놓고
닭죽 한 그릇씩
맛있게 영양보충했다^^

어르신 노래 들으시며
" 누가 노래하는지 참
잘 넘어간다 "
어르신 기억이 돌아오고 있으셔서
날마다 어느 정도로 좋아지시는지
계속 세심히 관찰하게 된다
어르신 조금만 더 집 떠난 기억을 데려오세요.

참고 : 이 글은 2022년 8월 21일 오후 6:27 써 두었던 글 늦게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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