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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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 전문강사/치매 환자 기록

코로나로 중지되었던 요양원 수업 다녀와서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2. 10. 2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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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한 번씩은 뵈었던 어르신들을 코로나가 가로막아, 

요양원 수업이 중지되고, 어르신들도 그 공간 안에서, 익숙한 분들만 보시고, 사셨으니 참으로 답답하셨을 터,
나 또한 하루 16개 수업을 다니다가, 쉬니까 처음에는 여유로워 너무 좋았다.

그러나 심심해도 그리 심심할 수가 없었다.

놀던 사람이 논다 했던가?

나는 무엇인가 해야 하는 사람인데, 쉬는 것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매일 바빠서 허둥지둥 대며, 시계를 수시로 보며, 일하던 내가  일이 없어, 그냥 지내기가 힘들어했었는데,

 요양원에 계시는 그 어르신들은

외출도 안 되셨지?

코로나로 면회도 안 되셨지?

프로그램 강사 출입도 안됐지? 

세상에 무슨 이런 질병이 생겨서 어르신들이  피해를 보셔야 했는지......

.

.

.

코로나로 자원봉사 하는 곳도 없고, 나는 그냥 집에 있기 답답해, 코로나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되었고,

다른 일을 하다가 코로나가 풀리며,  드디어 요양원 수업이 재개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완전 신나서 히죽 히죽대며 저녁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누워서 요양원마다

 어르신들 성함을 다 외우고 수업을 했었는데,  잊었을까봐
어르신 한분 한분 모습을 떠 올리며 성함을 한 번씩 읊조리다 잠이 들어 일어나니 아침시간이었다..



네비를 찍고, 운전대를 잡고, 요양원을 향해  신나게 달렸다.

요양원 가까이에 가을이 물들어 가는데 가을 경치 구경은 뒷전이고,

내 마음은 요양원에 얼른 들어가서 어르신들을 뵙는 것이 목적,

입구에 들어서며 처음에 신♡♡어르신이 떠 올랐다.
"딸네 집 가까운 요양원 오느라  경상도 안동인 고향을 멀리 두고 와

살아서 내 고향 가 보겠나?"며
고향이 그립다고, 무슨 말만 나오면,
눈물이 샘솟아,  휴지로 눈물을  닦아내시던 어르신!

인지는 좋으셔서  대답을 야무지게 잘도 하셨는데.....
살아 계시겠지? 그때 건강하셨으니 계실 거야
들어서자마자
휠체어에 계시던 어르신 모습을 찾으며ㆍㆍ
나를 보시면 ㆍㆍㆍ
(반가워 손을 흔드실 거야)
두리번두리번~~~

어르신이 늘 계셨던 자리에 모르는 남자 어르신이 나를 보시고는 낯선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순간 가슴이 쿵~~~~ 내 다리가 경직되었다.
요양사 선생님께 신 어르신 어디 가셨냐고 귀에 대고 물어보니
"떠나셨어요"
네에?  아니 왜요??????............"편찮으셨어요"

이♡♡어르신은요?
"그 어르신도 떠나셨답니다"

박♡♡어르신은요?
"가신지 얼마 안 되셨어요"
박 어르신은 입소하신 지 얼마 안 되어 처음 본 나를 보시고는 

나보고 "집이 어디냐"라고 "나 좀 집에 데려다 달라" 하셨었는데...
치매가 있었지만
수업은 잘 따라 하셨었는데ㆍㆍㆍ


황♡♡어르신은요?
"원주 아들 있는 가까운 요양원으로 가신지 좀 됐어요"

수시로 넘어지셔서 머리에 권투 선수처럼 머리를 감싸는 모자를 쓰고 계셨었는데...

나에게 이 노래도 가르쳐 주셨었다.

"아리랑 춘자가 보리쌀을 씻다가 이 도령 피리소리에 오줌을 쌌네

오줌을 쌌거든 적게나 쌌나 낙동강 칠백 리 길에 홍수가 났네"

내가 이 노래 배우느라 어르신 뵐 때마다 불러보시라고 했었는데, 너무 뵙고 픕니다.

정♡♡어르신은요?
"먼 길 떠나셨어요"
정 어르신은 나에게 이 노래를 배워 봐 재미 싸 하시며

가르쳐 주셨었는데,
"앞산에 딱따구리는 구멍도 잘 파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ㆍㆍ" 라며
아기처럼 귀여운 웃음을 선사하셨고,
허리가 안 좋으셔서
벽에 간신히 기대어
수업하셨었는데
떠나셨다니 ㆍㆍ
수업 간 나를 많이 웃겨 주신 어르신이신데 ㆍㆍ 이제는 더 이상 뵐 수가 없다니......... 너무 슬프다.

예전에 계시던 어르신은 다섯 분 계시는데
두 분은 수업에 참여하셨고
세 분은 방에 누워 계신다고 알려주시기에

수업 중에 방에 계신 어르신들 성함을 크게 호명하며 노래를 하며 수업을 했다

"150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창♡씨가 보고 싶어 못 간다고 전해라"

수업을 마치고 요양사 선생님께
방에 계신 어르신께 인사하러 들려도 되겠냐니까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침대 누워 계신
어르신들 손 잡아드리고
제가 온 걸 아셨냐니까
입이 바소구리가 되셔서는

"목소리가 선생님이라 반가워서 큰 목소리로 노래 계속 따라 불렀어요"
(이 어르신은 인지는 건강하시고 신체가 불편해 입소하신 분)

바로 맞은편 침대에
정♡♡어르신 곁으로 가까이 걸어가는데
요양사 선생님 들어오시더니
"어르신 이 선생님 기억나시죠?"
어르신은
고개만 끄덕끄덕
내가 "150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고 오거든 ♡♡어르신이 보고 싶어 못 간다고 전해라"
노래 부르며 어르신을 바라보는 중에
그 불편하신 상황이신데도
얼굴이 환하게 웃으시며
좌측 손이 이불속에서 침대와 손뼉을 치시는 중이셨다.

다음 주에 또 올 테니
그동안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하나도 아프지 마시고,
밤에 잘 주무시고,
건강히 지내시다
예쁜 모습으로 뵙자고, 인사하고 손 흔들며 나오는데,
속으로 삭이던 눈물이
봇물 되어 흘러내렸다.
3년 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매주 한 번은 만나 즐겁게 노시던 어르신들을 다시는 뵐 수 없다니ㆍㆍㆍ

고인되신 어르신들
이 세상 살아 내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천국에서는 세상에 모든 것 내려놓으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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