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200년된 한옥집과 백만원짜리 강의,닭과 심폐소생술 본문

살아가는 이야기/자원봉사코너

200년된 한옥집과 백만원짜리 강의,닭과 심폐소생술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2. 11. 20. 11:19
300x250

200년 한옥집에서 자태를 뽐내는 국화? 다알리아?




친구랑 차에 올랐다.
토종닭 파는 집에 들러
제일 커다란 닭 세 마리를 겨우 끌다시피?
즉 닭 무게로 다리 이동이 쉽지 않았다.

강릉에서 차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니
연곡 동네가 나왔고,
연곡에서도 또 들어가
우리나라 가옥에서 사라진 초가집 다음으로,
보기만 해도
기분 들뜨게 만들어주는 기와집,
그것도 200년이나 되었다는 기와집에 도착했다.


들어서며 감탄사와 함께
입이 떠억 벌어졌다.
시골에 있는 집인데,
집수리를 수시로 하시는 듯,
어쩜 그리 깔끔하던지.
마침 주인 사장님께서는
나무기둥에 색을 입히는 중이셨다.
(그래 저렇게 집을 가꾸니
200년을 잘 견뎌내는 거군 )
한옥집 사장님 최고십니다.



친구가 차 안에서
"너랑 똑같은 어머님이 계신다 너를 보면 정말 좋아하실 거야"라는 말을 했었는데,

집안에서 나오시는 어르신을
보는 순간
웃음보가 터지며,
바로 급 인정되었다.

어르신과 나랑은
동글동글한 몸과
시원시원하신 성격이
완전 붕어빵?
데칼코마니?
혹시
내가 이 어르신 딸인데
바뀌었나 싶을 정도였으니ㆍㆍ
하긴
그 옛날에 나는 평창군 고길리 태생인데,
차가 귀한 시절에
강릉에서 평창
그것도 산 중턱인 고길리까지 애가 바뀔수가 ㅋ
글 쓰는 지금도 웃음이 난다.
어쩜 그리 비슷하신지 ㆍㆍ

자식 친구의 친구인데
나를
"아우님"이라는 호칭을 쓰셔서, ^^
내가 어르신께 혈육애를 느끼시게 했나?

어르신은
사회활동을 많이 하셔서
예쁜 표현을 잘하셨고,
웃음기 많은 소녀 같으셨다.


한 팀은 가마솥에 물 붓고
불을 때고,
어르신께서는
뽕나무 줄기와 통마늘을 내 오시고,
나는 재료를 썩쌔서
(깨끗히 씻어서 - 강릉사투리) 가마솥에 넣고,
닭 모가지를 훌떡 벗겨내고,
닭 꽁무니 안쪽에 통째로 붙어있는 기름과 계첨을 떼어내고, 세척 후
솥단지에 휘리릭 쏟아붓고,
닭과의 한판승으로
박수를 짝짝짝ㆍㆍ



집 뒤꼍에 대나무 숲 앞으로 돌진.
바람이 대나무에 스치니 샤샤아악 샤샤아악~~
친구들과 대낮에 들으니
자연의 소리로 정겹게 들렸지만,
만약 한 밤중에 혼자 집에 있을 때 바람 불면
심장이 쫄깃쫄깃?
그러고 보면
내가 늘 사내처럼 강해 보여도
연약한 여자?
그건 아니고,
이 대목에서 웃을 그대들
웃지 마요.
나는 호적이 여자랑게.


마침 대나무가 손가락 굵기라
쓸데가 생각나,
주인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길이 50cm 60개를 자르기 시작,
내가 악력이 있다 생각했는데,
절단기를 사용 안 해 봐서인지
짱커지지
(잘라지지-강릉사투리? 아니다 강릉 표준어) 않았다
"역시 난 연약한 여자인가 보다"

친구의 친구는 뭉청뭉청
쉽게 잘랐다.
우와!!!
손 악력에 자동으로 엄지 척!!!
힘들었을 텐데 ㆍㆍ
마지막 정리 중에 손바닥을 대나무에 찔림 사고 발생
얼마나 아팠을까?
정말 죄송했다.

대나무 봇다리

나는 짱커진 대나무를 그냥 덥썩 안아서
가져가려 했는데,
친구가
개나리 봇짐처럼 야무지게
동여주어
고마웠다.
(이 친구 별걸 다 할 줄 아네
속으로 웃음이 피식.)
옛날 어르신들이 하실법한 묶음 처리방법이다.

대나무로 치매어르신과 운동시간 때마다
고마움과 죄송함이
잊히지 않으리라.
어르신들을 위해
나를 위해
자원봉사해 주신
친구분
"건강에 축복받으시고
항상 기쁘시길 바랍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대나무 작업을 마치고 나니
가마솥에서 닭이
"나 뜯어 잡숴 "

커다란 양동이에
닭을 꺼내,
집안으로 들어가
면장갑 끼고,
겉에는 비닐장갑 끼고,
닭 쥐어뜯는 작업 착수 ㆍㆍ

어르신께서는 10가지 넘는 양념으로 만드신
보기만 해도
도리깨 침이 넘어가는,
김장김치를
머리만 댕강 잘라 내놓으시고,
귀한 팥죽도 주셨다.

(이번 동지는 노동 지라
팥죽을 먹어줘야 한다며,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으시고는
단잠을 이루셨었다는 후문
글을 쓰는데,
잠에 깨셔서
팥죽 생각에 순간 화들짝 놀라
부엌으로 달려가시는 어르신 모습이 재현된다.)

팥죽이
살짝 눌었지만
먹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둥그런 상에 둘러앉아
닭과 팥죽으로
냠냠 냠냠
아따 생각만 해도
침 넘어가네잉^^

설거지 다하고
동네 사과농장에서 사 오셨다는 사과로 입가심ㆍㆍ

부엌에서 어르신과 두런두런 대화를 하다가,
그래 틈새교육으로
어르신 치매를 예방해 드리자는 생각이 번뜩 났다.

"어르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시작으로
의자에 착석하신 그 자리에서
팔과 다리를 최대한 크게 움직이시며 말씀도 크게 하시라고 주문을 했다.
"나는 김희기
나는 김희기
나는 김희기"

이어서 양손으로
가슴 두 번 치고 엄지 척을 하시며
" 김희기 최고
김희기 최고
김희기 최고"를 하시게 했고
그 외에도
땀 뻘뻘 흘리며,
치매도 예방되고
자존감도 높이는 수업을 갖었다.

어르신 말씀이
"나는 오늘 백만 원짜리 강의를 들었다"

어르신 이 말씀에
내 기분은 방방 떴고
거기다
자아도취 되어 우쭐,
언제나 행복 호르몬에 잠겨 사는 나였지만
어르신 덕분에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더위도 식힐 겸
마당에 나오니
주인 사장님 말씀이
얼마 전 " 집사람이 화장하는 중에, 전화를 하던 내가 갑자기 이상해서
집사람이
CPR(심폐소생술)을 시도하며 119를 불러
병원에 가서 살았어요.
집안에 심폐소생술 하는 사람이 있어야겠더라고요"

심폐소생술의 시도로
생명이 연장되었다는 말씀 들으며
CPR에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고인이 되신
우리 친정아버님도
사람을 못 만나
61세 청춘으로
소풍을 마치셔서
늘 마음이 아프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닭죽을 쑤기 위해
찹쌀을 바가지에 씻어 담그고,
감자, 당근, 양파를 잘게 썰어두고,
가마솥 단지 안에 있는
통마늘과 뽕나무를 건져
최대한 멀리 던지라는, 친구의 지시하에
하느라 했지만,
야들이 치뛰고 내뛰느라
멀리 안 가고 가까이 떨어지면,
친구에게 한소리 들었다는
여기서 내가 하고픈 말
"그럼 잘하는 니가 하세요
췻 메롱이다."

모든 재료
가마솥 단지 속으로
훌 털어 넣고,
소낭구 두 토막을
아궁이에 던져놓고,
머리를 거꾸로 향하여
아궁이 속
불이 붙은걸 확인 후,
일어서려는데,

다섯 분의
완전 멋쟁이 어르신들께서
집으로 방문하셨다.
코로나로 못 모이시다가
날 잡아 모이시는 듯 ㆍㆍ


가마솥에 죽이 탈까 봐
돌아가며
휘젓다 보니
죽이 완성되었고,
화력은 여전히 강해
지하수 물을 들어다
119 소방구조대가 되어
불을 진화했다.


어르신들께 닭죽 상을 차려 드렸더니
맛있게 잘 드셨다.

아마도 여러 명이 정성 다해 끓였기에
정성이라는 양념 추가 때문일 게다.

어르신들 상
물리고
우리 팀도
한 상 차려
배가 볼록? 빵빵?
난 배가 불렀지만,
맛있어서 한 그릇 추가
더 먹은 것도 자랑질?^^

아침에 옆지기가 전화를 했길래
어제 참 즐겁게 지냈다고,
특히 어르신과 치매예방 관련 대비, 놀이로 푼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옆지기 왈
"즐겁게 살려면, 여태 열심히 일했으니
이젠 일 줄이고
건강관리 잘하라고ㆍㆍ"

우리 부부는 늘 서로에게 같은 말을 한다
"건강관리 잘해.
안 아픈 게 돈 버는 것이고,
죽을 때는
내가 먼저 죽을 거야"

둘이 살다
하나가 떠나면,
남겨진 사람이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견뎌내기 싫어서다.

같은 날 사이좋게 여행을 종료할 수는 없겠지만,
사는 날까지
서로 의지하고,
누군가 먼저 여행을 마치더라도
후회되지 않게
잘 지내자는 것이
내 철칙이다.

암튼
난 어제 정말 행복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