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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잡는 이상순
화전민이던 친정부모님과 남매들의 추억. 본문
친정엄마는
18살에 얼굴이 예뻐서
만삼장사하시던 할머니에 눈에 띄어
아버지랑 결혼하시게 되었다고,
즉 시어머니가 중매? ^^
평창을 지키는 남병산
(해발 1,149m)
너머에
그것도
산 허리에 둥지를 트셨던
조부모님의 덕택에
평창군 대화면 신리에 사시던 엄마는
기존 사시던 곳보다
더 깡촌인 남병산 넘어
고길리 뒤떡으로 시집을 가셔서
아버지랑 화전을 일구어 개간을 하시느라
얼마나 바쁘고
힘들었는지
머리감을 시간조차도 아꼈었다 하셨다.
돌과 풀뿌리를 캐다가
너무 힘들어 잠시 쉬실 때는
아버지께서
"야!!!! 내 머리에 이 좀 잡아봐~~"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아버지 머리카락을 헤쳐보면, 보리쌀 크기의 이가 떼거리로 똥꾸영(항문)을 까꿀(거꾸로)로 치들고 파 먹더라 그러니 을메나 개루웠겠나(가려웠겠나)?
여복(오죽) 개루우면(가려우면) 일 끝을 보는 니네 아버이(아버지)가 이를 잡으라 했겠나?
화전을 일으켜서 좁쌀 열가마를 가을걷이(수확) 해서
일 년 내내 좁쌀밥을 먹었는데,
배는 고픈데도 참 안 넘어가더라
난 지금도 좁쌀
꼴보기도 시라(싫어) "
오만 고생하시고
몇 년 만에 생활이 좀 나아져,
남병산을 넘어
방림으로 이사를 하셨고,
동생 네 명이 태어나
여동생은 하늘에 별 되어 떠나고,
세명은 성장했고,
그 사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천국으로 생활터전을 옮기시고,
얼마 후
아버지도 심장마비로
꽃길을 거닐러 가셨다.
홀로 남은 엄마는
아버지와 워낙 사이가
좋으셨기에,
지나가는 차 불빛이 비추어지면 주무시다가도
혹시 아버지가 오시나하고,
수시로 일어나셨다고,
남편의 추억으로 58세부터 많은 그리움과, 마음이 힘들게 사셨는데,
새로운 도로가 난다고 집 비우라는 정부의 고지에
엄마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추억 속의 삶에 터전을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어쩔수 없이
이사를 하셨고,
며칠 전, 우리가 살 때
집터에 많았던, 고들빼기 캐러 찾아갔는데,
풀이 우거져 고들빼기는 완전 사라졌고,
집터에 새로운 주인이 입주해 있었다.
노크도 안 하고 주인 허락 없이
방문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느긋하게 자태를 뽐내며
보란 듯이
유유히 사라지는,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한
입주자는
바로 시퍼런 물뱀,
집 터가 뜯기고
방치되어 있으니
풀이 사람보다 크고
뱀이 둥지를 틀고,
우리 남매들이 뛰어놀던 마당,
첫새벽 아버지가
불 때시는 옆에 앉아
불 쬐던 꼬맹이었던 나,
동생이 쥐 잡겠다고,
쥐구멍에
불 해 놓아서
엄마랑 나랑
강으로 뛰어가
양동이로 물퍼다
불 끄던 추억,
송아지 태어나
눈 속에 파 묻혀
버둥대는걸
끄집어내던
아버지의 모습,
엄마가 옥수수 엿을 고아내실 때
방이 뜨거워
발가락으로 까치발 걷던 추억,
옥수수 강밥 (뻥튀기) 튕겨
조청에 주먹보다 크게 뭉쳐
광속에 넣어두심
수시로
쥐 드나들 듯 꺼내
맛있게 먹은 후,
입가에 조청과 강밥이 덕지덕지 붙어
얼음물로 차가움 견디며 씻었던 여러가지의 추억,
가마솥에 두부 만드실 때,
고지바가지로 구름처럼 두둥실 떠 있는 순두부 떠서
후루룩 마시며,
배 빵빵하게 먹던 추억,
난 지금도 강릉 초당가서 순두부 사 먹고픈 마음은 없다.
썩은 감자 모아다가 큰 대야에 썩혀서 물 바꿀 때, 똥내 난다고 서로 안 하겠다고, 미루면서도 어느 날 감자녹말이 완성되어 감자송편 만들어 먹을때는 똥내는 까마득히
잊고 송편 먹느라
입과 손이 분주했던 추억,
학교에서 용의검사 할 때,
강가에서 물퍼다가
불지펴서 소 죽을 쑬때
물이 따스해지면,
가마솥에 걸터앉아
그 물에다 발 씻던 우리 남매들,
추억에 추억이 서린
친정집터에,
머잖아
우리 형제들의 추억을 즈려 밟고 도로가 들어서겠지.
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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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긴 친정 집터 갔다가
놀란 강릉 이상순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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