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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은혜와 섬김이 있는 아침, 삼일교회와 노숙자. 본문
오랜만에 딸아이와 함께 삼일교회의 특별 새벽기도
(설교:서진교 목사님 )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새벽 5시, 이불속에서 알람 소리를 맞이했다.
따뜻한 이불속에 더 머물고 싶기도 하고, 찬 바람에 밖으로 나가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하나님께서 복 주시려 나를 기다리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가야지!" 하는 마음에, 발끝에 힘을 빡 주고 일어났다.
잠든 집 안의 고요함을 깨며 딸아이와 함께 집을 나서는 길,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두근거리는 기대감이 마음을 감쌌다. 나를 기다리고 계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이 순간이, 어쩌면 오늘 하루를 새롭게 채울 가장 따뜻한 시작이 아닐까 싶다.
딸아이와 함께 기도로 시작한 이 새벽이 우리 가정과 마음에 또 어떤 은혜로 채워질지 기대하며, 그렇게 기도하러 가는 발걸음은 어느새 가볍고 따뜻해졌다.
삼일교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성탄 데코레이션이 눈에 띄어, 걷던 발걸음이 멈췄다. 눈부시게 빛나는 장식들에 마음이 따뜻해져서, 자연스레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12월 2일, 벌써 성탄절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설렜다.
평창 상방림 교회에서 어린 시절 성탄 이브의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눈 길을 아슬아슬 걸으며, 새벽송을 부르며 동네 집집마다 다녔던 그때.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저 들 밖에 한밤중에” 같은 캐럴송을 목청껏 부르면, 어느 집에서는 엿을 고아 장독대 위에 두었다 주기도 하고, 전병 과자를 주기도 하고, 오꼬시도 주기도 했고, 강냉이 뻥튀기를 내주기도 했다. 초코파이 한 통을 주던 집도 있었고, 현금을 주는 집도 있었지. 그 시절의 동네 친구들과 함께 웃고 뛰며 다녔던 그 밤들이 얼마나 그리운지. 이제는 모두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조차 모른 채 살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니 세월의 빠름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한 살 더 먹는 나이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 “같이 살자”며 들러붙겠지. 무슨 세월이 이렇게 빠른지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매년 12월이 되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감사와 아쉬움을 함께 느낀다. 예전엔 너무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 시절로 잠시라도 돌아가고 싶어지는 걸 보면, 세월이 주는 아이러니는 참 묘하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딸아이와 함께 보내는 성탄의 시간도 훗날 또 하나의 따뜻한 추억으로 남겠지. 그런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조금 더 차분해졌다.
예배 중에 함께 부른 찬송가 "일어나 걸어라"는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찬송 같았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리며, 다시금 용기를 내어 일어나라는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렸다.
이어진 목사님의 설교는 더욱 놀라웠다. 노숙자와 있었던 이야기를 통해 전하신 말씀은 마치 내 삶에 꼭 들어맞는 맞춤 설교처럼 느껴졌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전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가 가득했다.
예배 시간 내내 내 마음은 따뜻하게 채워졌고, 하나님께서 나를 돌보고 계신다는 확신 속에서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 이 예배의 은혜로 오늘 하루도 믿음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지하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을 때, 가방을 하나씩 둘러맨 분들이 질서 있게 줄 서 계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당연히 함께 예배드린 교인들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인근에 계신 노숙자분들이 삼일교회에서 아침 식사를 드시기 위해 오신 거였다.
우와, 삼일교회가 선교를 열심히 하는 교회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숙자분들께 따뜻한 아침 한 끼를 대접한다니 마음 깊이 감동했다. 그분들을 환영하고 섬기는 이 모습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예배는, 우리가 예배당에서 드리는 찬송과 기도뿐 아니라, 이렇게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 내밀며 사랑을 전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삼일교회의 이런 헌신과 나눔에 마음으로 큰 박수를 보낸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이렇게 묵묵히 실천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다. 하나님께서 이 교회를 더 크게 축복하실 거라는 확신이 든다.
식당에 줄이 길어 한 부분만 찍었다.
귀한 밥을 먹으며 문득,
"토구라 팀은 왜 안 보이지?" 하고 궁금해하던 찰나,
밥을 다 먹고 나오다가 놀라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예전 토구라선교 사진에서만 뵈었던 미남 최지원 목사님!
처음 만났는데, 어쩜 이렇게 오래전부터 서로 알던 사람처럼 친숙할 수가!
최목사님도
나도
서로 안다고, 하하하 ~~~
인사를 나누고 웃으며 헤어지고
"우성현 목사님은 안 보이시지?"라고
혼잣말로 중얼중얼 하며
몇 발자국 더 걷다 보니 이번엔
귀엽고 야무지고 똑똑하기로 소문난 예령 씨와 마주쳤어요!
그 순간 신영이가 한마디,
"하나님께서 바로 보여주시네~ ㅎㅎㅎ"
정말, 깜짝 만남이 연속된 하루였어요!
이른 아침부터 따뜻한 밥상을 준비하시느라 수고하신 손길들 위에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며 섬기시는 분들의 사랑 덕분에 더욱 풍성하고 감사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새벽예배를 통해 큰 은혜를 받고, 따뜻한 아침 식사까지 대접받으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오늘 하루도 그 은혜와 감사함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남기는 이상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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