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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까치밥상과 늦가을 뚝방의 풍경, 참살이 요양원 직원분들의 따스함. 본문
늦가을인지 초겨울인지
구분하기 힘든 요즘이다.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려
어느새 한겨울이 되었지만,
이곳 강릉만큼은 여전히
늦가을의 풍경이 남아 있다.
차가운 바람에도
아직은 가을의 흔적이 묻어나는
강릉의 고즈넉한 풍경이,
계절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뚝방 쪽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나무 한 편, 무언가 얄궂은 것이 걸려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낡은 호미자루에 누르스름한 테이프가 돌돌 감겨 있었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 오래된 호미를 재사용하려고 테이프를 감아 손잡이를 보강하고,
그 호미를 개나리나무 가지에 걸어둔 것이었다.
나는 평창 촌에서 자라며 호미를 손에 익히 잡아왔지만,
이처럼 테이프를 감아 쓰는 지혜를 떠올린 적은 없었다.
낡은 호미를 이렇게까지 재활용하며
소박한 삶의 지혜를 보여주신 그 어르신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깊이 와닿는다.
푸른 지붕 위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
높은 자리라 손 닿지 않아
결국 까치밥상이 되어버린
강릉 임곡의 감나무.
사람 대신 찾아온 까치와 새들이
저마다의 잔치를 벌이는 그 풍경은,
늦가을 혹은 초겨울,
강릉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자연과 함께 나누는 소박한 마음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개울물이 졸졸 흐르며
개나리와 손짓하듯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맑은 물결과 노란 꽃잎 사이,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 걸까.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고
가만히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 진다.
자연이 속삭이는 언어가
참으로 고요하고도 아름답다.
파아란 하늘과
개나리의 노란 꽃빛이
이토록 조화를 이루다니,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다.
자연이 빚어낸 색의 아름다움에
잠시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이 신비로운 풍경 속에서,
나는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깊이 감탄할 뿐이다.
바람 소리에 개울물은 속도를 더하며
더욱 빠르게 흐르고,
갈대는 흔들림 속에 몸부림치듯
애절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네 삶도 갈대와 다르지 않으리라.
치열하게 버티어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힘내라, 힘!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어!"
문득 김창완 가수가 했던 말이 떠올라
잊기 전에 적어본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사람 기다리는 시간,
마트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을 미워하는 시간이
가장 아까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느 목사님의 말씀도 생각난다.
"어릴 땐 친구들과 노는데 미치고,
청년 시절엔 사랑하는 데 미치고,
중년과 장년엔 일하는 데 미치고,
노년엔 손주 사랑하는 데 미쳐라."
좋은 글이나 말씀은 들을 땐 감동하지만
늘 금방 잊어버리곤 했는데,
오늘은 서울로 공부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이렇게 기록하니, 기억이 더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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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참살이 요양원에 일찍 방문했더니
원장님께서 안쪽으로 들어오라 하시는데,
"아싸~!"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작은 기쁨이 큰 행복으로 이어지는 하루다.
참살이 요양원 선생님께서
직접 농사지어 만드신 흑마늘을 드시는 중에
제가 들어가 덕분에 대접을 받았습니다.
쫀득쫀득한 그 식감이란!
얼마나 맛있던지,
마치 엿을 먹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원장님, 요양사 선생님,
정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성 가득한 손맛에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흑강냉이?
아니면 검정강냉이?
참살이 요양원에 새로 오신 선생님께서
정성껏 만들어 오신 강냉이,
능구워 푹 익힌 그 맛이 참 별미였다.
이름이 뭐였더라?
떠오르지 않아 아쉬움만 가득하지만,
입안 가득 퍼지던 고소함과 따스함은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정성과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지요.
찰진 맛이 입안에 착착 감겨
정말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 맛있는 것을 저만 주시냐고?" 했더니,
"우리 요양원 어르신들은 이미 다 드셨어요."
와우! 그 순간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강릉 임곡 참살이 요양원 어르신들,
정말 복 받으셨습니다.
요양원장님과
요양사선생님들의
따스함에
제 마음도 후끈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늦가을 둑에서,
요양원에서
자연과 우리네 삶을 돌아보는 하루였습니다.
ㆍ
ㆍ
감사합니다.
ㆍ
ㆍ
치매잡는
강릉 이상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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