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참새만두의 기억, 1949년 겨울, 친정어머니의 이야기 본문
친정엄마와 두런두런 대화를 하는 중에
옛날이야기를 해 주셨다.
1949년 12월, 친정엄마가 여덟 살이었을 때의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 시절 겨울, 먹을 것 넉넉지 않던 시골에서는 아이들의 놀이와 생계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다.
엄마의 오빠들은 문짝에 창호지 구멍을 몇 개 뚫어 놓고, 그 속에 조 이삭을 넣었다. 그런 문짝을 마당에 눕혀 두면, 먹이를 찾아 날아든 참새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가, 창호지 구멍으로 방 안에까지 들어왔단다.

한 번 들어온 참새는 다시 빠져나가지 못했고, 그렇게 스무 마리의 참새가 잡혔고,
그날 외갓집에서는 그 참새로 만두를 빚어 특별한
참새만두로 맛있고, 행복한 식탁으로 분위기가 최고셨다고 하셨다.

식구들은 그 만두로 두 끼를 해결했다고 하셨다.
요즘의 기준으로는 절대 생각하기도,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1949년 당시에는 특별할 것 없는, 흔한 풍경이었다고 엄마는 담담히 말씀하셨다. 생존이 곧 생활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엄마는 평생을 살아오며 그때 먹었던 참새만두보다 맛있는 만두는 없었다고 하셨고,
엄청 고소한 맛이라 하시며, 군침을 꼴까닥 하셨다^♡^
배고픔 속에서 나눈 음식이었고, 가족이 함께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오늘에야 비로소 ‘참새만두’라는 음식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어린 시절 1973년?
친정아버지께서 산에서 나무하시다 꿩이 날아들어
눈 속에 푹 빠지며 죽은 것을 나뭇짐에 넣어 오셔서 꿩만두를 해
구수하게 먹은 기억도 떠 오르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역시 추억을 먹고 사네^^
이제는 사라진 이름이지만, 한 시대를 견뎌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가장 따뜻하고 진한 맛으로 남아 있다고 하셨다.
'살아가는 이야기 >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솥단지에서 건져 올린 행복 (46) | 2025.12.04 |
|---|---|
| 평창, 샘물 빨래터에서 배운 삶의 온기 (131) | 2025.11.24 |
| 강릉을 잡으면 행복과 보람이 두배입니다. (283) | 2025.11.16 |
| 고향사랑 기부제 (118) | 2025.11.13 |
| 오래 오래 뵈어요 어르신, 94세 최어르신을 뵙고. (265) | 2025.11.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