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라면 한 가닥에 담긴 시간의 기억 본문
라면 한 가닥에 담긴 시간의 기억
우리 남매의 어린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라면’이라는 낯선 음식이 나타났다.
그것이 먹는 것인지조차 몰라 우리는 한동안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국수를 삶는다 하시며 솥단지에 물을 올리셨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라면 두 봉지를 개봉해, 끓는 국수 사이에 넣고 젓가락으로 천천히 휘저으셨다.
상 위에 오른 국수 사이사이, 낯설게 꼬불꼬불한 면발이 섞여 있었다.
우리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라면을 경계하며, 서로 눈치를 보며 국수만 골라 건져 먹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면 먹어봐. 맛있다.”
그 한마디와 동시에, 식탁 위에는 조용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젓가락 끝으로 라면을 낚아채는 ‘라면 낚시’가 벌어졌고,
그날 이후 국수가 상에 오르면 남매 누구랄 것 없이 라면을 먼저 찾게 되었다.
지금은 집집마다 흔한 음식이 된 라면이지만,
1970년대의 라면은 그야말로 귀하고 특별한 음식이었다.
한 봉지의 라면에는 설렘과 호기심, 그리고 가족의 온기가 함께 담겨 있었다.
요즘 청년들은 라면을 간식처럼, 때로는 주식처럼 넘치게 먹고도 만족을 모른다.
그 풍요 속에서 문득 떠올려 본다.
아무것도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을 서로 의지하며 견뎌낸 우리 남매들을.
그 어려운 시간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잘 살아내고 있는 남매들이 참으로 대견하다.
이 글은 2025년을 보내며 남기는 마지막 기록이다.
다가오는 2026년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주변의 치매 대상자분들을 위한 정서 지원에, 지금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억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는다.
그 마음을 지키는 일이 곧 사람을 지키는 일이라 믿는다.
치매야,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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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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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잡는
강릉 이상순 인지교육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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