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개구멍을 지키던 여섯 살의 파수꾼 본문
안녕하세요^^
아시아 대한민국 강원도 강릉에서 마음을 나누는 이상순입니다.
최근 친정어머니와 마주 앉아 옛이야기를 나누다,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는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혼자 간직하기엔 너무나 귀하고 따뜻한 기억이라, 잊히기 전 서둘러 글로 옮겨봅니다.
"엄마, 도둑놈은 커서 여긴 못 들어오잖아"
전쟁을 겪으시고, 직후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그 시절, 부모님은 어린 자식들을 두고 일터인 밭으로 나가셔야 했습니다. 여섯 살 꼬맹이였던 동생 이상용에게, 어머니로부터 맡겨진 임무는 "세 살 터울 동생 돌보기"와 "'집 지키기"였지요.

저녁 무렵, 온종일 밭일로 녹초가 되어 돌아온 부모님은 아이들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얼굴이며 옷이며 온통 흙먼지 투성이었으니까요.
"야들아, 너희 꼴이 왜 이러냐? 얼굴에서 까막쥐가 놀다 갔나?
흙먼지는 왜 이렇게 묻었어?"

꾸중 섞인 질문에 돌아온 여섯 살 아이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엄마! 내가 도둑 지키느라 문을 다 잠갔거든. 도둑놈은 덩치가 커서 개구멍으로는 못 들어오잖아. 그래서
나는 동생이랑 개구멍으로만 다녔어!"
심리상담가로서 바라본 '개구멍'의 의미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첫째는, 아이의 순수한 기지입니다.
인지학적으로 볼 때, 여섯
살 아이가 '도둑의 체구'와 '통로의 크기'를 비교하여 방어 전략을 세운 것은 대단한 창의적 사고입니다. 비록 얼굴은 흙투성이가 되었을지언정, 아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중한 동생과 집을 지켜냈다는 강한 성취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둘째는, 그 시절이 남긴 회복탄력성입니다.
먼지투성이 개구멍을 드나들며 부모님을 기다리던 그 어린 파수꾼은, 훗날 어떤 역경 속에서도 가정을 잘 지켜내는 단단한 아버지로 성장하여, 캐나다에서 생활력 강한 아내와 어여쁜 두 딸을 낳아 사랑 가득한 가정을 이루어 잘살고 있습니다.
결핍과 두려움의 상황에서도 스스로 역할을 찾아내던 그 마음 근육이 지금의 동생을 있게 한 뿌리가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 글을 마치며 ☆
동생의 얼굴에 묻었던 그날의 흙먼지는 더러운 이물질이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빚어낸 "훈장"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지만, 때로는 그 시절 개구멍이 주었던 '스스로 서는 용기'와 '타인을 돌보는 책임감'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친정어머님과 동생의 소중한 추억을 나누며, 오늘 하루,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한번 보듬어봅니다.
감사합니다.
동생을 그리워하며
누나 이상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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