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치매예방 전문강사 (156)
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깐 밤과 아보카도 씨앗 혈관성 치매 어르신께서 식탁 위에 밤 두었다고 먹으라고 하셔서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었다가 "으으으 떫어라" 한 개는 밤이 맞는데 나머지 두 개로 나누어진 것은 밤이 아닌 아보카도 씨앗인 듯 # 도토리보다는 덜 떫었지만 입 안이 꽉 찼다 ㅠ 나도 참 치매어르신이 먹으랜다고 냉큼 입에 넣다니 먹는 걸 어지간히 좋아하는 나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ㅎ

아침 식탁에서 "엄마(어르신의 엄마) 연락 왔어?" 순간 뭐라고 말씀드리지? 부지런히 머리를 쓰다가 " 아, 네에 연락 왔었는데 어디 일 보고 오신댔어요." 잠시 후 손주를 부르시며 "♡♡아 밥 먹고 학교 가" 손주는 내년에 학교 간다고 계속 대답했는데 들으실 때만 응 하시고 5분도 채 안돼서 "♡♡아 밥 먹고 학교 가 형수 귀찮게 하지 말고" 나는 형수가 아닌데 ㆍㆍ 어르신 눈에는 내가 손주의 형수로 보이시다가 손주의 엄마로 보이신다. 늦가을의 하늘이 나팔꽃의 자태를 내려다보고 있다 저 높은 하늘이 이 어르신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해본다.

어르신은 약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줄어져야 하는데ㆍㆍ 어르신도 걱정하신다 "이렇게 많은 약이 뱃속에 들어가서 불어지면 밥 한 공기 되겠다. 이렇게 많은 약을 드시고도 사신다니 참 " 나도 신기하다 몸은 괜찮으실까나? 저 많은 약이 몸속에 들어가 어떤 반응을 할까? 어르신은 한동안 약에 대해 말씀을 하시더니 레퍼토리를 바꾸시며 "난 어젯밤에 침대 발끝에서 절을 엄청했어" "아니 밤에 주무시지 않고 절을 하셨다고요?" "응" "누가 절하라고 해요?" "사람들이 절 하랬어" 어르신은 밤새 주무시지 않고 절을 하셨다고 하신다. 그래서 정말 피곤하시다고........... 눈도 게슴치레하시며 힘들어하셨다. 치매란 놈은 도대체 어떤 놈일까? 어르신은 언제쯤 정상인지로 돌아오실까?

혈관성 치매 어르신께 아침진지로 닭곰탕을 드리니 얼마나 정이 많은 분이신지 " 아래층 할아버지 한 그릇 드리지?" 사실 아래층에 아무도 안 계신다 나는 대답은 잘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또 말씀하신다 "요즘 왜 언나들이 안 보이나?" "언나가 몇이 있었는데요?" "언나가 셋이 있었던 것 같아" 어르신 인지가 많이 좋아지셨는데 조금은 더 기다려야 ㆍㆍ ※ 언나(=아기)

"이것 좀 해봐 봐" 나는 고개를 휙 돌아보니 손톱깎기와 핸드폰을 들고 나오시며 "핸드폰 충전을 해 보려고 아무리 해도 안되네" 핸드폰에 꼽아 보시려고 얼마나 애쓰셨을까? 내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데 요즘 흔한 치매? 진짜 내가 깜빡깜빡할 때 "나도 치매 왔나?" 은근 신경이 쓰인다 나 역시 예전 하고는 살짝 다름을 느끼니 슬그머니 슬퍼지는걸, 이 어르신은 다행히 혈관성 치매라 좋아지시리라는 희망으로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나는 어르신이 스트레스받으셔서 치매가 더 진행될까 봐 순식간에 벌떡 일어나며 "제가 충전해 드릴게요 이리 주시겠어요?" 도와 드릴 수 있는 것이 어딘가? 뿌듯하다 어르신은 수시로 나를 찾으신다 옛 어르신들 말씀처럼 " 큰 집 믿듯 하신다" 나 또한 언제 같은 일을 겪을지 모르는 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