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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소화제와 핸드폰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2. 11. 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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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무실 개업식에서  점심을 잘 대접받았는데
속이  영  거실 거실 하면서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이
상당히 불편한  상태로
가슴을 두드리며
인상을 찡그리는 나를
보시고는
"어디가 안 좋아? 체했어?"

"네"

어르신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작은  병 하나를 들고 나오시며
"이 것 마세 봐
(마셔 봐-강릉사투리)
좀 있음
트림 한번 나오면
속이  시원해질 거야"

이러시며
병뚜껑을 휙 돌리셔서는
나에게  건네주신다.

"우와  웬일이셔요
정말 대단하세요
엄지 척이십니다.
어떻게 소화가 안 되는 것을 기억하시고 소화제를 찾아오시는 것도 잘하셨고, 조만간 제가 없이 어르신 혼자 계셔도  될 정도로 좋아지셨어요  날로  변화가 있으시네요"

어르신은
"내가 좋아졌다고?  고맙네
우리 며느리 덕분이야"
띠융!!!
완전히  기억을  찾으신 상황은  아니지만
소녀 같은 모습으로
미소를 짓고 계셨다.
치매는  기분이 좋아지면
증세가 호전되는 것을 알기에
내가 할 일은
늘 지지와 격려 및 칭찬을 넉넉하게 하고 있다.

어르신께서 주신 소화제


혈관성 치매가 있으시지만
차츰 좋아지시는 중이시다.
오늘은 훨씬 더 좋아지셨다.

소화제 주신 것에  감동받아 흐뭇  해  하고 있는데
어르신 큰 소리로 부르신다.

"일루와 봐
누가 내 핸드폰을 훔쳐갔어"

"어르신, 누가 훔쳐 갔을까요?
저랑 같이 찾아보시겠어요?
어디 있지?"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니
어르신은
거실을  내다보시는 방향으로 앉으시고,
핸드폰은  엉덩이 뒤쪽에 충전기에  꼽으시고는
일단 눈앞에  안 보이시니
누가  훔쳐갔다고 하신 거였다.

핸드폰을 충전기에서  분리하여 폰을 드리니

"누가 훔쳐갔다가
내가  찾으니  
얼른 제자리에 두었네.
요즘 누가 내  것을  자꾸 가져가네"




지난주
어르신 계시는  주간보호에 수업을 갔었는데  
내 수업교구를
어르신이  받아 들고 가셔서는
보자기로  교구를
푹 씌워두셨길래

"어르신  이거 왜 씌우셨어요?"

"사람들이 다  들고 가면  안 되잖아
그래서 감춘 거야"

"우와 어르신 감사합니다
어르신 밖에 없네요
교구 잘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며
어르신 등을 토닥여 드렸더니
그리 기뻐하실 수가 ㆍㆍ

어르신과 지내다
이제는 정이 듬뿍 들었다
어르신도 나도
서로 챙기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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