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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곤드레와 머우(머위) 친정 할머니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3. 5. 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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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청정마을, 평창군 방림 친정집에 들어서는데  앞마당 귀퉁이 장독대 뒤로,

곤드레와 머위가 "날 보러 와요, 날 델꾸가요" 하며  강풍에 견디다 못해 금방이라도 잘려서 날아갈 듯한  간절한 몸부림으로 손짓하고  있었다.

 

 

엄마는 지금 사시는 집 한참 위쪽에 중방림 윗 부분에 사셨는데, 도로확장 공사로 중방림 아래쪽으로 

이사 오신 지는 몇 개월 안 되셨기에

집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눈에 띄는 나물이 나로서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 

탄성이 자동으로 아~싸~~~~ 오~예~~~

 

나물 담을 봉지를 찾으려고 마당으로 처마 아래로 집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나물 뜯을 때 만만한 것이 비닐 봉지, 시내에서는 그 흔한 비닐봉지가 시골에서는 늘 찾아야만 나온다.

장갑도 안 끼고 머위와 곤드레를 한참 뜯다 내 손을 보니 푸르뎅뎅하니 손톱에 풀물이 베여있었다 ㅋㅋㅋ.......

 

순간 돌아가신 친정할머니가 생각났다.

평지에서는 숨이 턱에 차 헉헉하시다가도, 산에만 가시면 날쌘돌이가 되셔서  내가 미쳐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셨다.

할머니 덕분에 나는 10살부터 깊은 산을 따라다니게 되었고, (1973년?  그 시절에는 산에서 나물 뜯는 것은 당연할 때다)

 

나물을 뜯기보다는

깊은 산에서 할머니 잊을까 봐 "할머이 같이가 할머이 같이가" 를 소리지르면 할머니는 대답도 않으시고,

메아리가 "할머이 같이가 할머이 같이가" 를 울려주었다.

(할머이 : 난 어릴 때 할머니를 할머이라고 호칭했고, 아마도 평창사투리지 싶다)

한참 헤매다가 할머니를 만나면 나는  " 할머이 왜 대답을 안했어? 무서워 죽을 뻔했잖아"

할머니 대답은 "산에 와서 소리 지르면 짐승이 잡아먹으러 와" 그 당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맞다는 판단이 선다.  산에서 먹을거리라고는 짐승뿐이니.... 오메 무서워라!!!!

 

그런데, 그때에  나물 뜯다가 갑자기 후다닥 소리가 나서 보면

놀갱이(평창사투리-노루)가 누웠다가 우리 소리를 듣고 잽싸게 도망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짐승도 사람이 무서운 존재임을 알게 됐었다.

 

그렇게 걸음도 빠르시고 늘 일만 하시던 친정 할머니는 

진부 막내 고모집 집 짓는데 도와드리러 가셨다가 나무에 가슴을 부대끼신 이후

그 길로 24시간 만에,

손톱에 풀물이 가득 베인 그 손톱을 지니신 채  돌아오실 수 없는  천국행 기차를 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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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눈뜨자마자 티스토리에 다른 분들의 글을 읽다가 머위에 대해 읽었는데,

알레르기, 기관지, 골다공증, 기침, 변비예방에 좋다고 글이 있길래

냉장고에서 잠들어 있는 머위와 곤드레를 깨워

절절 끓는 물에 데쳐서, 물기 쫙 빼서 놓고,

식은 보리밥과 흰밥에 고들빼기김치 쫑쫑 가위질하고, 마늘종 데쳐서 볶은 것과, 배추 데친 것과, 야생달래 무친 것과,  생마늘 잎사귀  송당송당 가위질하고,  취나물 소량 썰어 넣고, 들기름 두어 숟갈 붓고, 

약한 불로 달달달 볶은 후 

데쳐놓은 곤드레와 머위 잎사귀를 볶음밥 한수저씩 올려서 돌돌돌 말아 

참기름과 참깨 훌 뿌려서 먹으니

소풍 나온 기분에

건강해지는 느낌에 완전 행복 도가니탕 한 사발 들이킨 기분이다.

 

 

 

식은 보리밥이 거듭나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집합시켜 볶았더니

이런 영양식이 또 있겠나 싶다.

반찬 가리는 분들께는 볶음밥이 최고의 메뉴 아닐까나? ^^

머우 쌈밥에 곤드레 낑기기

머위잎을 데친 것에 볶음밥을 싸는 중에  한컷 인증숏

잎사귀가 넓으니  밥을 싸기는 참 편리했다.

머우 쌈밥에 참깨 시집보내기

머위쌈밥 완성하고, 참깨 뿌려주고 참기름 한 바퀴 돌려주니 향이 그야말로 아주 그냥 죽여줘요 다

곤드레 쌈밥

곤드레는 잎사귀가 뾰족하니  밥 싸기가 안 좋았다.

밥을 적게 넣고  새색시 시집살이 하듯 아주 조신하게 돌돌 말아 겨우 완성했다.

머위쌈밥은 쌈싸름한 맛이 좋아 더 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마력이 있고,

곤드레쌈밥은 입속에 넣었을 때 부드럽고, 잡내가 나지 않아 나물 냄새 싫어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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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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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쌈밥 만들며 배 면적 키운

강릉 이상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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