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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우리에 청춘은 누가 보관하고 있을까? 본문
어르신께서는
그림 색칠에 관심이 많으시다.
보통 치매어르신 분들은
집중이 잘 안 되시는데,
이 어르신은
주간보호 다녀오시면,
옆 어르신들 색칠한 그림까지
한 보따리 모아 오셔서,
거실 바닥이나
식탁 위에 쭉 깔아 놓으시고,
"봐봐 이 그림 엄청 이쁘지?.
이게 더 이쁘나?
이것은 어때?
이것도 이쁘지?
색칠 다 한 게 이뻐?
색칠 덜 한 게 이뻐?
이 새는 무슨 새 일까?"
질문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막
날아온다.
어르신과 저녁 내내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잘 시간이 훌쩍 지날 때가 많다.
얼마나 다행인가?
집중할 무엇인가 있다는 것이
잠시도 아니고,
한 시간 이상은 집중하시는 듯 ㆍㆍ
잠자리를 봐 드리고
한참 잔 것 같은데,
잠결에 숨 쉬기가
으윽ㆍㆍㆍ
찌른내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코를 붙잡고, 방문을 박차며
거실로 나가니,
이건 뭐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가
집 안 전체에 베인 듯한 상황.
자다 일어난
쪼그마한 내 눈은,
매서운 레이저를 쏘며
소변 수색대가 되어,
발 빠른 움직임으로
집안을 샅샅이 수색,
ㆍ
ㆍ
세탁기 위에
강제로 쥐어 뜯겨,
솜이 너덜너덜한 형채로
대충 둘둘 말려진,
기저귀가 보란 듯이 당당하게 버티고 있었다.
순간 덜렁 들어내려니
꽤나 묵직ㆍㆍ
세 번은 보신 듯한 무게감.
기저귀를 들고나가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다행이지
아무 데나 쉬하면 그 감당도 만만찮을 텐데ㆍㆍ
만약, 이 기저귀가
세탁기 속으로 들어갔더라면?
기저귀 솜이
모든 빨래에 분가루 칠을 해,
폐기 처분했을 뻔,
크으!!!
아이고 어르신
세탁기 위에 올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르신은
혈관성 치매가 오기 전에는
꼼꼼녀에
깔끔녀셨다는데,
요즘 집 나간 인지가 회복되는 중이라서?
예전보다
주장이 엄청 강해지셨다.
살살 달래도 거부를 많이 하시는 편.
ㆍ
ㆍ
글을 쓰는 중에
나의 알레르기가
성질을 버럭 내며
"에취이" 미국 말로 고함치며
동네를 들었다 놨다?
큰소리로 재채기를 했다.
저 짝 방에서 주무시던 어르신이 내 방 안으로 불쑥, 부스럭대며 장롱 안 보물 찾기에 돌입,
무엇인가 한참 찾으시더니
두 봉지의 감기약을 주시며
"하나는 지금 먹고
하나는 아침에 먹어
감기 오래 끌면 병 돼"
"우와!! 어르신 고맙습니다"
감기가 아니라서 약 먹을 일은 아니지만,
인지도 안 좋으신데,
나를 챙기시는 예쁜 마음씨에
감동되어 코끝이 시큰.
어르신은
갓난쟁이로 남겨진 손주를,
엄마 있는 애들보다
더 반듯하게 키우시느라
그리 애쓰셨단다.
이렇게 마음까지 착한 어르신을,
최악의 나쁜 치매가
삶의 질을 나락으로
떨어 트리고 있다.
ㆍ
ㆍ
앗!!
지금 어르신께서 하시는 말씀
잊기 전에 얼른 적어본다.
"못난 시누이 때문에 우리 올케가 고생이 많네
내가 올케 고생시킨 것은,
올케가 애 낳음 내가 다 키워 줄게"
오 마이 갓!!!
이 나이에 애 엄마?
웃음 자동이다. 씨익~~
이 순간은 내가 어르신의 올케가 되었다.
어르신께 나는
살가운 며느리
또는 올캐다.
애도 키워주신다는데
낳아 봐?
내가 애 낳을 나이면
좀 좋을까?
언제까지 꽃 피는, 청춘으로 살 줄만 알았건만,
어느새 머리카락에 된서리를 맞고 있다.
도대체 우리에 청춘은 누가
보관하고 있을까?
돌려도 돌려도
내 나이 내 청춘 돌려도ㆍㆍㆍ
어르신을 보며
내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부디 치매만큼은
맞이 안 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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