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어머니의 곁을 잠시 비워두고 오른 115개의 계단, 그리고 마주한 대의(大義), 엄흥도 산소. 본문

충신 엄흥도 묘 입구

살짝 가파른 계단


묘 입구에서

엄흥도 묘 전경



친정엄마를 모시고 차를 타고 지날 때마다, 늘 저 멀리 보이는 충신 엄흥도의 묘역으로 마음이 먼저 달려가곤 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엄마를 모시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자 다녀오는 동안 차 안에서 지루하게 기다리실 엄마를 생각하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에 늘 남아있던 그곳을, 마침내 오늘 홀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찾아 올랐습니다.
가파르게 이어진 계단을 하나씩 세어 올라갔습니다.
백 하고도 열다섯 개의 계단.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무더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며 다리가 아파올 때쯤, 문득 한 역사 속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삼족을 멸하겠다’는 서슬 퍼런 공포 정치 속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던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등에 업고 이 험준한 산길을 헤치고 나아갔던 엄흥도. 그의 어깨를 짓눌렀을 시신의 무게와 가슴을 옥죄었을 죽음의 공포에 비하면, 오늘 내가 마주한 찰나의 무더위와 가파른 계단은 얼마나 가벼운 엄살이었던가요. 그 생각을 하자마자 몸을 짓누르던 힘겨움이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계단의 끝에서 마주한 묘역은 참으로 아늑하고 단정했습니다. 푸르고 고운 금잔디가 예쁘게 깔린 넓은 묘역을 바라보니 마음에 깊은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단종이 유배되었던 청령포에는 늘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이곳 엄흥도의 묘역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비록 지금 이 순간 이곳을 찾은 이는 저뿐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분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간 이들이 분명 존재하리라 믿습니다. 목숨을 걸고 의(義)를 지켜낸 대충신, 엄흥도 선생의 뜨거운 충절이 수백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 제 가슴속에 깊은 감동의 물결을 일으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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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순 인지교육원
이상순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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