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어머니의 곁을 잠시 비워두고 오른 115개의 계단, 그리고 마주한 대의(大義), 엄흥도 산소. 본문

살아가는 이야기

어머니의 곁을 잠시 비워두고 오른 115개의 계단, 그리고 마주한 대의(大義), 엄흥도 산소.

희망나눔 강릉 이상순 2026. 7. 17. 21:56
300x250

충신 엄흥도 묘 입구

살짝  가파른 계단

산소 입구

묘 입구에서

엄흥도 묘 전경

앞에 돌하르방이 보였지요


​친정엄마를 모시고 차를 타고 지날 때마다, 늘 저 멀리 보이는 충신 엄흥도의 묘역으로 마음이 먼저 달려가곤 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엄마를 모시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자 다녀오는 동안 차 안에서 지루하게 기다리실 엄마를 생각하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에 늘 남아있던 그곳을, 마침내 오늘 홀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찾아 올랐습니다.

​가파르게 이어진 계단을 하나씩 세어 올라갔습니다.

백 하고도 열다섯 개의 계단.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무더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며 다리가 아파올 때쯤, 문득 한 역사 속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삼족을 멸하겠다’는 서슬 퍼런 공포 정치 속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던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등에 업고 이 험준한 산길을 헤치고 나아갔던 엄흥도. 그의 어깨를 짓눌렀을 시신의 무게와 가슴을 옥죄었을 죽음의 공포에 비하면, 오늘 내가 마주한 찰나의 무더위와 가파른 계단은 얼마나 가벼운 엄살이었던가요. 그 생각을 하자마자 몸을 짓누르던 힘겨움이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계단의 끝에서 마주한 묘역은 참으로 아늑하고 단정했습니다. 푸르고 고운 금잔디가 예쁘게 깔린 넓은 묘역을 바라보니 마음에 깊은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단종이 유배되었던 청령포에는 늘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이곳 엄흥도의 묘역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비록 지금 이 순간 이곳을 찾은 이는 저뿐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분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간 이들이 분명 존재하리라 믿습니다. 목숨을 걸고 의(義)를 지켜낸 대충신, 엄흥도 선생의 뜨거운 충절이 수백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 제 가슴속에 깊은 감동의 물결을 일으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순 인지교육원
이상순올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