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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치매예방 전문강사/치매 환자 기록 (63)
치매잡는 이상순 인지교육원
어르신께서는 그림 색칠에 관심이 많으시다. 보통 치매어르신 분들은 집중이 잘 안 되시는데, 이 어르신은 주간보호 다녀오시면, 옆 어르신들 색칠한 그림까지 한 보따리 모아 오셔서, 거실 바닥이나 식탁 위에 쭉 깔아 놓으시고, "봐봐 이 그림 엄청 이쁘지?. 이게 더 이쁘나? 이것은 어때? 이것도 이쁘지? 색칠 다 한 게 이뻐? 색칠 덜 한 게 이뻐? 이 새는 무슨 새 일까?" 질문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막 날아온다. 어르신과 저녁 내내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잘 시간이 훌쩍 지날 때가 많다. 얼마나 다행인가? 집중할 무엇인가 있다는 것이 잠시도 아니고, 한 시간 이상은 집중하시는 듯 ㆍㆍ 잠자리를 봐 드리고 한참 잔 것 같은데, 잠결에 숨 쉬기가 으윽ㆍㆍㆍ 찌른내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코를 붙잡..
이 늦은 시간에 주무시다 나오셔서 방문을 죄다 여시며, 점호를 하신다. 손주 방에 가셔서는 "여태 안 자고 뭐해 얼른 자 안자나? 빨리 자라" 화장실과 거실을 오가시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내가 자는 방문을 여시며 "난 네가 기척 없어서 간 줄 알았다. 아범은? 아범은 조금 전에 있더니 일 하러 갔어?" 나는 어르신 기분을 맞춰 드려야 하기에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네 금방 다녀온다 하고 나갔어요"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아들을 치매가 조금 전에 보여 주었나 보다. 밤에 주무시지도 않고 수시로 점호 및 점검을 다니신다. 주무셔야 할 밤 시간에 저렇게 본인의 정신이 아닌 남의 정신으로 살아 내시느라 얼마나 힘드실까? 정신이 금방 돌아오실 것 같은데, 치매 이 녀석이 참 끈질기게 붙잡고 버티고 있다..
주간보호 가실 때 또는 시내 나가실 때는 항상 장롱 속을 뒤지신다. 왜 이렇게 장롱을 뒤지시냐고 물어보면 "밖에 나가면서 돈이 없음 불안해서 비상금을 가지고 나가야 해" 치매가 심하실 때나 지금 좋아지고 계실 때나 돈을 찾으시는 것은 여전하시다. 보호자 말에 의하면 치매 오기 전에 어르신 지갑은 항상 현금이 두둑했었단다. 신기한 것은 치매가 왔는데도 돈에 대한 것은 치매 전과 똑같다 주간보호센터 차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도 느긋한 동작으로 방마다 장롱 속이나 서랍장을 샅샅이 뒤지신다. 보다 못한 내가 일 년 치 점심값 일 년 치 차비 모두 지급했다 하면 차 놓치면 택시 타야 하니 돈이 필요하시다며ㆍㆍ 한참 찾으시더니 비닐봉지 안에 500원 동전 두 개랑 100원 동전 세 개랑 발견하시고는 드디어 찾으셨다..
잠자는데 문 틈 사이로 소변 냄새가 스멀스멀ㆍㆍㆍ 거실로 나가 코코(개 이름)가 구석진 곳에 소변봤나 싶어 콧구멍을 실룩대다 킁킁대다 를 반복하며 나는 소변 수색대가 되어 활동하는 중, 소변 흔적은 안 보였고 세탁기 위에 얼룩이 바지가 어딘가 수상해 보여 슬쩍 들어 콧구멍 실룩실룩 으윽~~~ 머리가 지근지근 드디어 오늘에 악취를 풍긴 범죄 증거물을 발견했다. 바지를 세탁기에 넣고 (세탁물을 모아다가 돌려야지) 돌아서는데 어르신 출현, 세탁기 속을 들여다보시더니 얼룩이 바지를 냉큼 꺼내시고는 세탁기 문에 쫘악 펼쳐서 전시회를 여셨다. 어르신 말씀은 "빨래 젓은 것을 세탁기 안에 두면 썩으니 밖에서 말려야 해" 어르신 말씀만 들으면 맞긴 하는데, 악취로 호흡을 거부하고 싶을 정도라 흑흑흑 ㆍㆍ 어르신 곁에서..
오늘 사무실 개업식에서 점심을 잘 대접받았는데 속이 영 거실 거실 하면서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이 상당히 불편한 상태로 가슴을 두드리며 인상을 찡그리는 나를 보시고는 "어디가 안 좋아? 체했어?" "네" 어르신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작은 병 하나를 들고 나오시며 "이 것 마세 봐 (마셔 봐-강릉사투리) 좀 있음 트림 한번 나오면 속이 시원해질 거야" 이러시며 병뚜껑을 휙 돌리셔서는 나에게 건네주신다. "우와 웬일이셔요 정말 대단하세요 엄지 척이십니다. 어떻게 소화가 안 되는 것을 기억하시고 소화제를 찾아오시는 것도 잘하셨고, 조만간 제가 없이 어르신 혼자 계셔도 될 정도로 좋아지셨어요 날로 변화가 있으시네요" 어르신은 "내가 좋아졌다고? 고맙네 우리 며느리 덕분이야" 띠융!!! 완전히 기억을..
저녁 진지를 드신 어르신, 무엇인가 찾으시는 표정으로 두리번두리번~~ 무엇을 그리 찾으시냐니 비닐 봉지를 찾으신다고, 나는 검정 비닐 봉지를 한 장 건네드리고 마당에 나갔다 들어오니 "내가 귤 한 박스 있는걸 반씩 농갔어 집에 어여 가져가" "어르신 제가 그리 예쁘셔요? 좋아하시는 귤을 드시지 왜 저를 주시려 하셔요 저희 집 귤 있으니 두셨다가 드셔요" 어르신 말씀 "하나뿐인 우리 며느리 많이 먹고 건강해야지 " 헉!!! 어르신 기억이 돌아오시는 중인데 아직은 내가 며느리로 보이시나 보다. "아이고 머니나 우리 시어머니께서 이렇게나 챙겨 먹이니 살이 안 빠지잖아요" 어르신 쌔액 웃으시며 "나이 먹어 비쩍 마름 돈 없어 보여 지금 얼마나 좋아? 등치가 있으니 부잣집 맏며느리로 보이잖아" 어르신 오늘 말씀을..
어젯밤에 저녁을 먹고, 어르신과 TV 시청하다가, 오늘 아침밥 쌀을 씻어 두려고 물을 붓는 중에 전화벨이 "날 보러 와요 날 보러 와요" 하며 계속 올리고 있었다. 쌀을 마저 씻고 전화를 내가 걸까? 전화부터 받을까? 망설이다가 내일 아침밥 쌀이니 시간도 넉넉하고 전화부터 받아야지 (급한 전화일 수도 있으니......) 전화를 받고, 돌아서는데 벌써 가스레인지 위에 밥 솥이 올라가서 나보고 "까꿍" 한다. "어머야라!!! 우와!!! 우리 어르신이 그새(그 사이) 쌀을 쌔서 (씻어서- 강릉사투리) 밥을 하시는 거예요? 이제 기억이 돌아오셔서 정말 잘 되셨어요" 어르신은 내가 칭찬을 해 드리니 얼굴이 활짝 꽃을 피우신다. 둘이 하하호호 웃다 보니 압력밥솥은 금세(지금 바로) 치익치익 소리를 내며 밥이 완성되..
아침 내내 가방을 싸신다. 가방 안을 열어보면 쓸모 있는 것도 별로 없고 대부분 신문지,휴지, 쓰던 마스크, 우편물, 양말 서너 켤래, 다 쓴 빈 화장품, 잡동사니 가득 들은 미니 가방 서너 개, 약봉지, 색연필 빈 통, 팬티 기저귀, 등등 ㆍㆍ 특히 색연필은 잘 챙기시려 신경을 쓰시는데, 정작 빈 통을 챙기신다는 것, 가방을 하나만 챙기면 되는데 서너 개를 가득 빵빵하게 채우고는 , 어깨에 하나 메고, 양손에 들고, 등에 하나 메고, 나가시려 할 때, 나는 어르신 살살 달래서 가방을 하나만 지고, 나머지는 내려놓게 한다. 금방 내려놓으시고는 또 주섬 주섬 챙기시기를 주간보호 차 타시기 전까지는 하시나 보다. 주간보호 대표님은 가방 가져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데, 어르신은 남의 정신으로 사시다 보니 ..
주간보호를 같이 다니시는 이웃에 사시는 최 어르신과 송영 차에서 내리시며 "엄마 우리 자장면 먹으러 가" (이 어르신은 이웃집 최 어르신을 늘 "엄마"라 부르신다. 친엄마로 보이시는 건지 편하게 엄마로 부르시는 건지 사실 판단이 안된다) 내 양손으로 두 어르신 손을 잡고, 집 앞 중국집을 향해 걸어가며 "어르신들 자장면 드실 돈은 있으세요?" 두 어르신은 "돈 업싸"를 동시에 자신만만하게 외치셨다. "어르신들, 돈도 없으면서 자장면 드시려고요?" 이 어르신 나를 쳐다보시며 "우리 며느리가 자장면 사라" 난 오늘도 어르신 며느리가 됐다. 중국집 문을 열고 들어가며, 자장면을 주문하면서 "여기 어르신들 자장면 주세요 자장면 값은 어르신들 남아서 설거지하신대요ㅋ" 하며 장난치니, 어르신들이 방글방글 웃으시며 ..
매주 한 번씩은 뵈었던 어르신들을 코로나가 가로막아, 요양원 수업이 중지되고, 어르신들도 그 공간 안에서, 익숙한 분들만 보시고, 사셨으니 참으로 답답하셨을 터, 나 또한 하루 16개 수업을 다니다가, 쉬니까 처음에는 여유로워 너무 좋았다. 그러나 심심해도 그리 심심할 수가 없었다. 놀던 사람이 논다 했던가? 나는 무엇인가 해야 하는 사람인데, 쉬는 것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매일 바빠서 허둥지둥 대며, 시계를 수시로 보며, 일하던 내가 일이 없어, 그냥 지내기가 힘들어했었는데, 요양원에 계시는 그 어르신들은 외출도 안 되셨지? 코로나로 면회도 안 되셨지? 프로그램 강사 출입도 안됐지? 세상에 무슨 이런 질병이 생겨서 어르신들이 피해를 보셔야 했는지...... . . . 코로나로 자원봉사 하는 곳도 없고..